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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은 왜 달콤한가

9849_인간의 가장 오래된 에너지

by 인또삐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인정욕구 덩어리다.
누가 내 글을 읽고 “좋았어요” 한마디만 해줘도
그날 하루는 이미 성공이다.
반대로 아무 반응이 없으면,
괜히 커피 맛도 밍밍해지고,
세상이 나를 모르는 것 같은 서운함이 밀려온다.

그래서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나,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사실 ‘칭찬 받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우습지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나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다.”

이 문장은 인간의 본능을 정확히 말해준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결핍이 아니라,
인간이 사회적 존재로 살아남기 위한
가장 오래된 에너지다.


원시 시대에, 공동체의 인정은 곧 생존이었다.
부족이 나를 신뢰하지 않으면
나는 사냥에도, 불 옆에도 설 자리가 없었다.
‘인정받는다’는 것은 단순히 칭찬을 듣는 일이 아니라,
함께 살아남는 조건이었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그 본능은 여전히 우리 안에서 진화하며 살아 있다.
이제는 SNS의 ‘좋아요’와 ‘조회수’가
그 공동체의 시선이 되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보여지는 나’를 가꾸며 살아간다.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된다.
‘보여지는 나’가 ‘진짜 나’를 잠식할 때,
인정은 더 이상 에너지가 아니라, 중독이 된다.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확인하기보다,
타인의 반응을 통해 확인하려는 순간
우리는 점점 공허해진다.
그 공허는 더 많은 자극을 요구하고,
결국 자신을 잃어버린다.


그렇다면 인정욕구는 버려야 할 감정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인정은 피할 수 없는 본능이며,
우리 삶을 움직이는 강력한 동력이다.
다만, 누구의 시선에 나를 맡길 것인가.
그 질문이 중요할 뿐이다.

세상의 시선을 좇을 때, 우리는 불안해진다.
하지만 ‘내가 나를 인정하는 시선’을 키워갈 때,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나를 보는 시선이 외부에서 내부로 향할 때,
인정은 더 이상 결핍이 아니라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
그때의 인정은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욕망이 아니라,
안의 진실에 다가가는 용기가 된다.


인정은 달콤하다.
그러나 그 달콤함은 오래 가지 않는다.
진짜 힘은
그 달콤함을 잠시 맛본 뒤,
다시 나 자신의 리듬으로 돌아올 때 생긴다.

결국, 삶의 질을 결정하는 건
‘얼마나 많은 인정을 받았는가’가 아니라,
누구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는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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