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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 든 책, “교육혁명”.
읽다 보니 마음속에서 오래전부터 뭉클하게 쌓여 있던 생각 하나가
또렷한 문장으로 다가왔다.
“교육의 혁신보다 먼저, 부모의 사고가 혁신되어야 한다.”
순간 책장을 덮고 한참을 생각했다.
교육 개혁의 필요성은 모두가 안다.
정치인도, 교사도, 학부모도 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국가 단위의 개혁’은 매번 제자리다.
왜일까?
어쩌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사람은
교육부 장관도, 교사도 아닌 부모 자신인지 모른다.
지금의 부모 세대,
X세대와 M세대는 이미 한국 교육의 문제를 안다.
그럼에도 이렇게 말한다.
“우리 아이까지만은, 일단 지금 시스템에 태워 보내고
다음 세대에 바꾸자.”
하지만 그 ‘다음 세대’의 부모가 또 같은 말을 한다면
결국 바뀌는 건 없다.
우리는 늘 다음 세대의 어깨에 혁신을 떠넘긴다.
21세기 교육은
21세기답게 가르치고 길러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19세기에 머물러 있다.
아이들은 여전히 암기하고,
부모는 여전히 ‘성적’이라는 잣대로 아이의 가치를 측정한다.
정작 미래에 필요한 인재는
창의적인 사람보다 유연한 사람,
똑똑한 사람보다 변화에 강한 사람인데도 말이다.
아이들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을 둘러싼 어른의 세계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바뀌고, 교과서는 디지털이 되었는데
부모의 언어는 아직도 ‘내 때는 말이야’로 시작한다.
이건 교육이 아니라, 과거의 복제다.
지금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열심히 가르치기’가 아니라
‘다르게 보기’다.
아이의 속도를 따라가며,
그가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배우는 일이다.
부모가 먼저 배우지 않으면
아이는 ‘배움’을 두려워하게 된다.
아이의 성장 속도를 결정짓는 것은
학교가 아니라, 부모의 학습 태도다.
사실 교육은 한 사회의 거울이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산업화를 이끈 힘이 교육이었다면,
이제는 상상력과 공존을 배우는 교육이
다음 세기를 결정지을 것이다.
그 출발점은 국가도, 학교도 아닌
거실의 식탁, 아이 방 앞의 대화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우리 아이를 어떻게 가르칠까?”가 아니라
“나는 어떤 부모로 배우고 있는가?”
부모의 사고가 바뀌면
아이의 세상은 달라진다.
그것이 진짜 ‘교육혁명’의 시작이다.
교육은 결국 ‘가르침’이 아니라
‘함께 배우는 일’이다.
21세기의 교실은 학교가 아니라,
배우는 부모의 마음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