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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동생과 함께 2인 단체 탁구경기를 했다.
아마 이 나이에 형제 둘이 라켓을 들고
같은 팀으로 출전하는 사람은 드물지 않을까 싶다.
어릴 적, 우리는 나란히 서서 같은 탁구대를 바라봤다.
하지만 인생이 늘 그렇듯,
나는 탁구를 오래 잡았고, 동생은 조금 늦게 합류했다.
그 차이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오늘 우리는 같은 유니폼을 입고,
같은 목표를 바라봤다.
이번 대회는 우리에게 조금 특별했다.
지난여름 지역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경기도 대표로 선발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전국대회만 가면 완성이다.”
이런 말로 서로를 북돋우며 경기장으로 향했다.
첫 경기부터 쉽지 않았다.
예선전에서 가까스로 본선에 올랐지만,
32강에서 우승후보팀을 만나 패했다.
끝나고 동생의 표정을 보는데, 마음이 저릿했다.
눈빛에 적혀 있었다.
“형, 난 더 잘하고 싶었어.”
나는 괜히 물병만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래도 오늘 좋았잖아. 다음엔 우리가 이길 수도 있지.”
그 말이 위로였는지 변명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순간, 내 마음속에서는
‘이겨서 좋음’보다 ‘함께여서 좋음’이 조금 더 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음엔 우리 좀 더 준비하자. 천천히.
결국 탁구는 즐기면 이기는 거야.”
동생의 대답은 짧았지만 따뜻했다.
“그래, 형. 다음엔 꼭 같이 웃자.”
전화를 끊고 나서 생각했다.
이게 바로 ‘동행’의 온도구나.
이길 때만 함께 있는 게 아니라,
지고 나서도 나란히 걷는 것.
돌이켜보면, 지난 몇 년간
탁구가 아니었다면 우리 형제의 관계는
이렇게까지 가까워지지 못했을 것이다.
경기장에서는 파트너였고,
식사 자리에서는 친구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그냥 ‘형제’였다.
라켓을 맞잡고 같은 공을 쫓던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이건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관계의 리듬을 되찾는 의식이었다.
인생도 탁구와 닮았다.
공이 내게 올 때마다
받을지, 흘릴지, 혹은 살짝 웃으며 넘길지
선택해야 한다.
가끔은 실수하고, 가끔은 서브가 빗나가지만
그래도 경기는 계속된다.
그리고 곁에 동생 같은 파트너가 있다면,
그 경기는 꽤 오래, 꽤 따뜻하게 이어진다.
“결국 인생은 복식이다.
혼자 잘 치는 법보다,
함께 오래 치는 법을 배우는 게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