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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자는 행복을 멀리서 찾고,
지혜로운 자는 발치에서 찾는다.”
그 문장을 읽을 때만 해도 나는 반신반의했다.
행복이 그렇게 가까이 있다면,
왜 현대인은 늘 행복을 향해 ‘장거리 질주’ 중일까?
그러던 어느 날,
학교 건물 앞에서 뜻밖의 선생님을 만났다.
캠퍼스의 길고양이, 뜻밖의 철학자
수업을 마치고 연구실로 가던 길이었다.
머릿속은 아직 과제 컨펌과 일정, 해야 할 일들의 행렬로 꽉 차 있었다.
늘 그렇듯 스마트폰 화면에 시선을 박고 걷고 있는데
발밑에 갑자기 툭— 무언가 스쳤다.
놀라서 내려다보니,
캠퍼스에서 유명한 길고양이가
내 신발끈을 장난스럽게 물고 있었다.
녀석은
“야, 인간. 잠깐 멈춰.”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행복은 가끔, 고양이처럼 ‘방해꾼’의 모습으로 온다.
우리는 왜 멀리 있는 행복만 신뢰할까?
기묘하다.
연봉, 성과, 프로젝트, 명예…
큰 것에만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정작
발끝의 잔잔한 기쁨들은
“중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의미의 리스트에서 늘 탈락한다.
그 길고양이의 장난 한 번이
학과 회의보다,
프로젝트 성과보다,
훨씬 더 내 마음을 가볍게 만들었는데도 말이다.
행복은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속도’의 문제
빨리 걷는 사람에게는
노을도, 바람도, 고양이도 보이지 않는다.
잠시 멈춘 사람만이
행복을 발견한다.
나는 그날 알았다.
행복은 멀리 있어서 찾기 어려운 게 아니라
내가 너무 빨리 걷고 있어서 보이지 않았던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