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만한 호모사피엔스인가?

by 인또삐

신뢰는 어디에서 오는가, 그리고 어디에 숨어 있는가


2023년.
챗GPT가 세상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해.
그 무렵부터 내 머릿속에 자꾸 맴도는 단어가 하나 있다.

‘신뢰’.

요즘 들어 부쩍 자주 생각하게 된다.
가족 대화 속에서도, 친구들과의 수다 속에서도,
심지어 TV를 보다가도
“그거 진짜야?” 하고 자문하게 되는 순간이 늘었다.
누군가의 말, 누군가의 주장, 누군가의 믿음.
이젠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는다.
팩트 체크부터 하고 본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사람이,
서로를 예전처럼 믿지 않게 됐기 때문 아닐까?

인공지능을 이야기하면 꼭 따라붙는 말이 있다.
“AI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느냐.”
그 질문을 듣다 보면
이 시대가 얼마나 ‘신뢰’에 목말라 있는가를 느끼게 된다.


예전엔 신뢰의 중심이 분명했다.


신, 교황, 대통령, 교수, 의사, 변호사…
타이틀이 신뢰였다.
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 사람들이 믿었다.

지금은 아니다.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이 많아졌고,
지식인은 광고에 얼굴을 내밀고,
지도자는 누구의 대변자인지 모호해졌다.

우리는 무엇을, 누구를 믿고 있는가?


한 고전학자가 말했다.
“한국은 지금 분명 선진국인데, 왜 다들 행복하지 않지?”
나는 거기에도 ‘신뢰’라는 단어를 넣고 싶다.
선진국이 되었지만, 서로를 의심하고 있다면
그건 어쩌면 선진국답지 않은 감정 아닐까.


만약 인공지능이 지금보다 더 똑똑해지고,
모든 문제에 대해 인간보다 정확한 판단을 내린다면
우리는 갈등을 AI에 맡기게 될지도 모른다.

“야, 그거 AI한테 물어봤어?”
“AI가 맞다잖아.”

그때는 진리도, 정의도,
‘잘 훈련된 알고리즘’ 안에 있다고 믿게 될까?


하지만 여전히 질문이 남는다.
신뢰는, 도대체 어디서 오는가?
타이틀도 아니고, 지식도 아니고,
데이터도 아니고, 인공지능도 아닌 그 무언가.

어쩌면 신뢰란
‘함께 시간을 쌓은 누군가에게 느끼는 잔잔한 확신’일지도 모른다.
말보다 말의 간격에서,
지식보다 태도에서,
정답보다 책임지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


이 글을 쓰며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믿을 만한 사람인가?”
“나는, 신뢰받고 있는가?”

어쩌면 기술보다 먼저
우리가 점검해야 할 것은
사람 사이의 신뢰 아닐까.

그리고 나는 오늘도 조용히 다짐해 본다.
신뢰를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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