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서, 나이 들어가는 법을 배우는 중입니다

by 인또삐

오늘 아침, 오랜만에 예전에 읽던 책 한 권을 다시 펼쳤다.

제목은 『프랑스 여자는 늙지 않는다』.
한때 유행처럼 많이 회자되던 책이었다.
그저 가볍게 넘길 생각이었는데,
한 문장이 이상하게 오래 눈에 머물렀다.


“미국에선 이제 보톡스가
나이 들면 당연히 하는 일이 됐다.”

2002년, FDA 승인 이후 할리우드 배우들 사이에서 급속히 퍼졌고,
지금은 미국 여성들의 기본 루틴이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책장을 덮고 나서,
무심코 팔을 훑어봤다.
예전엔 안 보였던 검은 점들.
자잘하게 박혀 있었다.
"언제 이렇게 많아졌지?"
작은 슬픔이 가볍게 밀려왔다.


나는 한국 남자다.
화장품엔 무심했고, 관리는 귀찮다고 여겼다.
비누 하나로 충분했던 시절.
그게 자연스럽고, 나름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요즘은 거울 앞에서 한 번쯤 멈춘다.
눈 밑 그늘이 점점 진해지고,
팔자주름이 사진에 선명하게 남는다.

“피곤한가?”
“아니, 나이인가?”

이제는 남자도 ‘티 나지 않게 젊어 보이기’를 고민하는 시대다.
너무 꾸며도 이상하고,
너무 무심해도 손해인—
그 미묘한 경계.


며칠 전, 올리브영에서 로션 하나를 집어 들었다.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그날은 달랐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관리 멋을 부리는 아니라
지금의 나를 존중하는 일이구나.


미국은 젊음을 쫓고,
프랑스는 건강한 자연스러움을 지향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우리는 지금 어디쯤 서 있는 걸까.

예전엔 “노화는 자연스러운 거야”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 말이 잘 안 나온다.
노화는 그렇게 조용히,
천천히,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돌이킬 수 없게 다가온다.

피곤함이 쉽게 풀리지 않고,
셀카 앱 없이 찍은 얼굴이 낯설어지고,
무심코 거울보다가
“어라?” 하고 멈칫하는 순간이 늘어난다.


이제야 주변의 말이 귀에 들어온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잘 챙겨야 해.”
예전엔 그냥 흘려들었지만
지금은 그 말에 마음이 머문다.

프랑스 여자처럼,
조금 더 천천히,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고 싶다.

거울 앞에 서는 시간.
내 피부와 대화하는 시간.
그게 요즘 나의 작은 루틴이다.

노화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 흐름을
조금 더 단정하고,
기품 있게 맞이하는 일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의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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