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 뉴스. 한때는 나라의 흐름을 읽기 위한 루틴이었지만, 요즘은 괜히 틀었다 싶을 때가 많다. 혼란, 혐오, 그리고 또 실망. 얼마 전 탄핵 정국 이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건만, 뉴스는 여전히 실망을 업로드한다.
TV를 껐다. 곧바로 넷플릭스를 켰다. 눈은 화면을 보고 있었지만, 머리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 그래서 아이들이 게임을 하는구나.”
현실이 너무 보기 싫을 때, 그들은 게임으로, 나는 영상으로 피신한다. 같은 맥락이었다.
그들의 일상도 만만치 않다. 학교에서 하루 종일 앉아 있고, 끝나면 학원에 쫓기듯 가고, 집에 돌아오면 부모의 기대와 잔소리가 기다린다. 도망칠 구멍이 없다. 어쩌면 게임은 유일한 안전지대였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른들은 쉽게 말한다.
“게임 좀 그만 해라.”
“핸드폰만 붙잡고 있네.”
기억해보자. 우리도 한때는 청소년이었다.
우리는 자유를 원했고, 숨 쉴 틈을 갈망했다. 그런데 어른이 된 지금, 그 시절의 갈망을 망각한 채, 우리 부모가 했던 말을 거의 그대로 따라 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는 오래전부터 이 굴레를 벗어나고 싶었다. 내 아이에게만큼은 다르게 살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함께 책을 읽고,
함께 글을 쓰고,
함께 운동하고,
함께 하루를 보낸다.
결과는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강요하지 않아도, 함께 하는 시간이 아이를 변화시켰다. 그리고 나도.
누구나 각자의 인생 그릇을 타고 난다지만, 그 모양과 크기, 색깔은 스스로 갈고닦아 바꿔갈 수 있다.
이제는 이렇게 묻고 싶다.
우리는 자녀가 숨 쉴 수 있는 틈을 주고 있는가?
우리는 그들의 도피처가 아니라, 함께 있고 싶은 세계가 되어주고 있는가?
현실이 싫어서 게임을 하고, 드라마를 보는 세상이라면,
지금 우리가 먼저 바꿔야 할 건 뉴스보다, 바로 ‘나’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