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진의 파워를 경험하다
어제는 오랜만에 마음 깊이 웃었다.
아들과 함께 팀 탁구대회에 나가 4강까지 올랐다. 아들이 취미로 탁구를 시작한 지 3년, 대회 참가 2년 만에 처음으로 맛본 성취였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요즘 아들의 관심은 테니스 쪽으로 옮겨가 있었고, 탁구는 점점 멀어지는 듯했다. 그래서 이번 대회는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가볍게 참가했다. 그런데 아들이 달랐다. 위기마다 집중했고, 끝내 준우승까지 해냈다.
전날 밤, 아들은 책 『퓨처 셀프』를 읽고 있었다. 청사진을 그리듯, 스스로의 모습을 그려본 것 같다. 대회가 끝나고 그는 말했다. "책에서 그렸던 장면이 그대로 떠올랐어요."
그 말을 듣고, 난 잠시 말을 잃었다. 아들이, 스스로를 믿기 시작했구나.
나는 어려서부터 탁구를 쳤다. 멋진 샷을 날릴 때의 쾌감. 그것 하나로 지금까지 라켓을 놓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경기장에서 나는 조금 다른 얼굴의 스포츠를 보았다. 승부에만 집착하는 시선들, 이기기 위한 전략과 꼼수들. 생활 체육이 이토록 비장할 줄은 몰랐다.
경기 후 아내가 말했다. "탁구 치는 사람들이 대부분, 멋진 샷보다 이기는 데 더 관심 있더라."
그 말을 듣고 가슴 한편이 시렸다. 스포츠는 누군가에게 삶의 여백이고, 또 누군가에겐 자존심을 걸어야만 하는 전장인가 보다.
하지만 나는 다짐했다.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기기 위해 라켓을 든다는 것을. 그리고 아들과 함께 멋진 샷을 날리는 그 순간이 나에게는 가장 소중한 스포츠맨십이라는 것을.
스포츠는 결국 자신을 마주하는 도구다. 나를 단련시키고, 내 안의 열정을 확인하는 장.
앞으로도 난 멋진 샷 하나에 기뻐하고, 아들과 함께 시합장을 웃으며 걸어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진짜 스포츠맨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