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나는 걷기라는 습관을 얻게 되었다.
처음엔 단순한 산책이었다. 연구실에서 답이 안 풀릴 때면 문을 열고 나가 학교 주변을 걷고, 집에서 집중이 안 될 때도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몇 걸음 걷고 나면, 머리가 조금은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때때로 그런 산책도 통하지 않을 때가 있었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생기거나, 마음이 심하게 복잡할 때는 걷기로도 해결되지 않았다.
오늘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게 됐다.
나는 오랫동안 창의적인 생각은 전두엽에서 나오는 것이라 믿어왔다. 그래서 머리를 자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고, 강연을 듣고, 새로운 전시나 장소를 찾아다녔다. 늘 신선한 것을 뇌에 공급해야 창의성이 나온다고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몸이 먼저라는 걸, 이제서야 이해하게 됐다.
최근 격렬하게 운동한 날엔 생각이 또렷했다. 글도 잘 써졌고, 강의도 더 몰입됐다. 탁구를 치고 돌아오는 길, 테니스를 치고 난 저녁, 마치 몸이 길을 열어주는 느낌이었다.
가만히 앉아 머리로만 생각하는 건, 어쩌면 생각이 아니라 망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진짜 생각은 몸을 통과할 때 생긴다. 심장이 더 뛰고, 근육이 긴장하고, 숨이 차오를 때—그때 비로소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그래서 오늘부터 나는 다짐했다.
책 읽기 전에 몸부터 움직이자. 회의 전에 걸어보자. 복잡한 글을 쓰기 전엔, 땀부터 흘리자.
생각은 머리로만 하는 게 아니다. 좋은 생각은, 몸이 먼저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