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그 자리에 어울리는가?

by 인또삐

내가 몸담고 있는 지방의 전문대학은 최근 몇년 간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특히 입시 환경의 변화는 학교 운영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학생 수가 줄면서 일부 학과는 통폐합되거나 폐과되고, 그에 따라 교직원의 변화도 이어진다. 이는 피할 수 없는 구조적 흐름이며, 그 안에서 각자의 자리를 지키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조직이 어려움을 겪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자리에 필요한 역량과 그 자리를 맡은 사람의 조건이 어긋날 때 발생하는 긴장감이다. 어떤 자리는 단순히 이름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역할에는 기대치와 책임이 따라온다. 그 균형이 무너질 때, 조직 전체의 리듬도 흔들릴 수 있다.


이는 비단 학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가정, 기업, 국가 등 다양한 공동체에서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위치에서 어떤 역할과 책임을 감당하고 있는가이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신의 역할에 대해 꾸준히 돌아보고, 필요한 역량을 보완하려는 태도는 그 자체로 건강한 조직 문화를 만드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2003년, 영국 토니 블레어 내각의 당시 교육부 장관이었던 에스텔 모리스는 자신의 자질이 교육부 수장으로서 부족하다고 느꼈다며 자진 사임했다. 그녀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책임을 맡는 것은 아이들과 교사들에게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정치적 실수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의 능력과 자리에 대한 성찰에서 비롯된 결정이었다. 자리에 대한 책임의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만약 내가 리더가 아니라면, 나를 이끄는 사람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다. 단순히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함께 방향을 찾기 위한 건설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부족한 부분은 지지와 제안으로 채워질 수 있으며, 때로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조직에 기여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


리더십이란, 단순히 높은 자리에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때로 가족을 이끄는 어른의 태도일 수 있고, 교실에서 학생과 마주하는 교사의 책임일 수도 있다. 시대마다 요구되는 리더십의 모습은 달라질 수 있지만, 본질은 늘 같다. 자리에 걸맞은 책임감과 그 자리를 감당하려는 성실한 태도.


교육 현장에서 나는 그것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강단에 선다는 것은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함께 배워가는 과정을 이끌어가는 일이라는 것을. 그 무게를 자각할수록, 강의실은 더 깊은 사유의 공간이 된다.

결국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같은 질문을 마주하고 있다. 지금 내가 선 이 자리에, 나는 어떤 마음으로 서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변화는 그 질문을 놓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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