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는 자전거 타기처럼

넘어지고 페달 밟으며 스스로 길을 찾는 성장의 감각

by 인또삐

우리는 늘 네비게이션을 켜고 목적지를 입력한 후에야 출발한다.


익숙하고 안전하다. 빠르고 정확하다. 그런데, 인생은 그토록 친절하지 않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게다가 목적지를 설정해도, 언제나 그 길로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코미디언 고명환은 무대와 카페, 사고와 절망, 책과 사람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다. 그는 인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진로는 자전거 타기와 같아. 넘어지면서 배우는 거야. 지도를 펴놓고 고민만 해선 절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 이 말이 유난히 마음에 남는다.

실제로 우리는 방향을 잘못 잡고 엉뚱한 길로 빠지기도 한다. 그럴 때면 네비게이션은 친절하게 알려준다. "경로를 이탈했습니다." 하지만 인생에서는 누가 그렇게 말해주지 않는다. 어떤 이탈은 끝없이 길을 잃게 만들고, 어떤 길은 예상치 못한 풍경을 선물한다.

오늘 도서관에서 『모든 꽃이 봄에 피지는 않는다』라는 책을 읽다가 이런 문장을 만났다. "경로를 이탈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자신의 길을 만든다." 작가는 말한다. 인생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며, 그 굴곡마다 새로운 나를 만날 기회가 숨어 있다고. 이 문장을 읽고, 나는 잠시 숨을 고르듯 생각을 멈췄다.

사이토 다카시는 인생을 '읽고 쓰는 기술'에 비유했다. 그는 말했다. "좋은 문장은 늘 퇴고 끝에 탄생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처음의 초안이 반드시 정답일 필요는 없다." 결국 우리는 각자의 인생 초안을 쓰며, 매 순간 그것을 고치고 지우고 다시 써 내려가는 존재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플랜 A를 고수하려 한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우리는 결국 플랜 B, 아니 C로 도착한 경우가 많다. 예상했던 길을 걷는 이보다, 길을 만들며 걷는 이가 더 많다. 그리고 그 길 끝에서, 사람들은 자기가 걸어온 길이 '정답'이었다고 말한다.

나는 이제야 조금씩 믿게 된다. 정해진 길을 따라야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걸. 어쩌면 진짜 인생은, 경로를 이탈하는 순간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그때부터 우리는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누군가의 지도 위가 아니라, 내 감각과 내 속도로 살아가는 법을 익히게 된다.

그러니 오늘도 생각한다. 내 인생의 네비게이션은, 내 안에 있다. 그건 책을 읽고, 길을 걷고, 사람을 만나며 조금씩 보정되는 방향 감각이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넘어져도 괜찮다. 우리는 결국, 몸으로 배우는 존재니까.

진로는 자전거 타기와 같다. 일단 페달을 밟아야 한다. 방향은 나중에 잡아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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