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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다리가 될 수도, 짐이 될 수도 있다

당신의 아이는 지금, 어디에 서 있나요?

by 인또삐

명문대를 가고 싶어하는 자녀,

명문대에 다니는 모습을 꿈꾸는 엄마.
그들은 지금, 그 꿈을 이루지 못할까 봐
서로를 향해, 또 자기 자신을 향해
아둥바둥 애쓰고 있었다.

그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됐다.
처음엔 한국사회의 여느 모녀의 순수한 노력처럼 보였지만,
곧 그 안에 숨은 불안, 압박, 기대, 두려움이 느껴졌다.
그들에게 ‘공부’는
더 이상 단순한 지식 쌓기가 아니었다.

공부는 누구에게나 하나의 다리 역할을 한다.
내가 꿈꾸는 세상으로 건너가기 위한,
조금 더 넓은 세상을 만나기 위한 통로다.

어느 날은 그 다리를 건너며 가슴이 뛰고,
또 어떤 날은 한 걸음조차 내딛기 힘들 만큼
버거운 무게에 숨이 차오르기도 한다.

요즘 아이들에게 공부는 단지 지식 습득이 아니다.
불안과 경쟁의 구조 안에서 생존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기도 하다.
성적표는 성장이 아닌 비교의 기록이 되고,
틀린 문제는 실패가 아니라 존재 자체의 평가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우리는 매순간 아이들에게 묻는다.
"왜 이 점수를 받았니?"
"왜 이렇게밖에 못 했니?"

하지만 그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너, 요즘 공부가 할 만 하니?"
"공부가 너한테 어떤 의미야?"
라는 것이다.

아이에게 공부는 지금
자기 가능성을 실험하는 실험실일 수도 있고,
꿈을 뒤쫓는 숨가쁜 달리기일 수도 있으며,
혹은 단지 부모의 기대를 들고 걷는 무거운 짐일 수도 있다.

아이들이 그 다리를 끝까지 건너도록 하기 위해,
우리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등을 떠미는 손이 아니라,
곁에 있는 발걸음이지 않을까?

점수보다 중요한 건,
공부와 아이 사이의 관계다.
그 관계가 건강해야
공부는 '짐'이 아니라
진짜로 ‘나를 데려다주는 다리’가 될 수 있다.

부디,
아이의 마음이 무너지지 않고
지식을 쌓아 올릴 수 있도록—
우리가 먼저 공부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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