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대안이 없다는 건, 곧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기회다

by 인또삐

요즘 우리는 선택지의 과잉 속에 산다.


퇴사하면 뭐하지? 창업? 이직? 워홀? 유튜브? 모든 게 가능해 보이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못 고르겠는 상황. 그러다보니 일이 지루해지거나 조금만 막혀도 '딴 거 할까?'라는 생각부터 든다. 반면, 대안이 없을 땐? 막막해진다. 하지만 가끔은 그 '막막함'이야말로 진짜 기회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고전에서도 이런 얘기가 나온다. 『논어』에서 공자는 "한 우물을 깊게 파라"고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자 자공은 "스승은 한 가지만 파도 깊이가 다르다"고 했다. 바로 그 집중력. 대안이 없을 때 비로소 생기는 몰입의 힘이다.

내가 20대였을 때는 일단 취직하면 웬만하면 버텨야 했다. 다른 길이란 없었고, 포기는 낙오로 여겨졌다. 지금은 어떤가. 포기는 전략이 되었고, 도전은 일상이 되었다. 선택지가 많아진 건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때론 그 자유가 집중을 방해하기도 한다.

반대로, 다른 길이 없다고 느낄 때—그 절박함이 사람을 진짜로 성장시킨다. '선택'이 아닌 '헌신'의 시간. 이건 마치 연애와도 비슷하다. 수많은 선택지를 앞에 둔 채 관계를 맺는 것과, 지금 내 옆의 한 사람에게 진심을 다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한 지인은 말했다. "대안이 없었기에 분투할 수 있었다. 그러자 일이 보이기 시작했다. 재미도, 의미도, 그리고 나도."

우리 주변에는 지금도 버티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이는 이직할 여유도, 다른 길을 상상할 시간도 없다. 그런 그들에게 필요한 건 조언이 아니라 응원이다. "거기서 분투하고 있는 당신, 이미 잘하고 있어요."

그리고 분투의 끝에서, 의외로 새로운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 준비 없이 떠난 여행길에서 진짜 내 길을 만나는 것처럼.

대안이 없다는 건, 더 깊이 들어갈 기회다. 도망칠 구멍이 없는 대신, 끝까지 몰입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찬스. 어쩌면 그게, 진짜 최선이라는 이름의 기회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공부는 다리가 될 수도, 짐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