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학기 수업을 마치고 방학이 되면 연수나 특강이 따라온다. 이번 여름방학에도 여러건의 특강이 잡혔다. 그런데 특강만 되면 유독 긴장이 된다. 특히 내가 평소에 만나던 학생들이 아니라, 나이도 다양하고 배경도 다른 교육생들을 마주하게 될 때면 설렘과 함께 알 수 없는 부담감이 따라온다.
강의를 한 지도 벌써 십수 년. 그럼에도 매 학기 첫 수업 전엔 여전히 마음이 흔들린다. '왜 이렇게 떨리지?', '이번엔 어떻게 시작하지?', '잘해야 할 텐데…'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긴장감을 줄여보려 이것저것 해보지만, 결국 강의실 안에서 몰입이 되거나, 교육생들과의 연결감이 생겨야 비로소 마음이 풀린다.
가르치는 일은 늘 새롭다. 같은 내용을 다뤄도, 매번 만나는 사람과 분위기가 다르다. 그래서일까, 긴장감은 단순한 불안이 아니라 '진심을 다하고 싶은 마음'의 다른 얼굴이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것이 정말 닿을까, 수강생들은 어떤 표정으로 들을까, 오늘 이 시간은 의미 있었을까—이런 물음들이 긴장으로 나타나는 것 아닐까.
요즘 세대는 '편안함'과 '진정성'에 민감하다. 수업도 마찬가지다. 잘 꾸며진 강의보다, 사람 냄새 나는 순간에 더 집중한다. 그래서 나는 매번 내 안의 긴장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긴장된 마음이 나를 더 준비하게 만들고, 진짜 이야기를 꺼내게 하니까.
오늘도 마지막 특강을 앞두고 있다. 여전히 긴장된다. 하지만 이제는 즐기려고 한다. 이 긴장이야말로 내가 여전히 이 일을 좋아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걸. 그리고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다면, 이 떨림도 참 괜찮은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