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아무리 잘 살아도, 다음 날은 또 온다
이상하게 눈이 일찍 떠졌다. 아직 어두운 새벽, 이유 없이 몸이 먼저 깨어났다. 기분 전환 겸 동네 산책로를 걷는다. 익숙한 풍경, 묵묵히 걷는 사람들. 연령도 성별도 제각각이지만, 이상하게도 젊은 얼굴은 거의 없다. 왜일까.
걷다 보면 사유가 배어든다. 문득 떠오른 두 가지 질문. 첫째, 왜 우리는 하루를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다시 다음 날을 살아야 할까? 게임처럼 미션 클리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느 순간 '완성'이라는 표식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반복되는 일상, 끝없는 루틴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둘째, 왜 이른 새벽의 산책로엔 20대, 30대가 거의 없을까?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 패턴? 혹은 새벽이라는 시간 자체가 비효율적으로 느껴져서? 아니면, 단순히... 지쳐 있는 것일까? 몸보다 마음이 더 늦잠을 자고 있는 걸까.
그 순간, 하루살이가 떠올랐다. 단 하루를 살고 생을 마감하는 존재. 그래서일까, 그들은 매 순간에 모든 것을 건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걷는다고 누군가는 말했다. 너무 비관적인 말 같지만,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매일을 살아야만 하는 이 '숙명'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억지로라도 의미를 찾아야만 하는 걸까? 아니면, 무의미함 자체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가볍게 떠다니듯 살아가는 게 더 정직한 태도일까?
한 고전은 이렇게 말한다. "도는 늘 흐르고, 삶은 그 도 안에서 숨 쉰다." 이 말은, 반복이 지겨운 게 아니라 그 안에 미세한 차이와 흐름이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똑같아 보이는 날들이지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분명히 다르다. 아주 작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변화들.
우리는 매일을 살아야 한다. 그것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매일을 '잘' 살아야 한다는 강박은, 어쩌면 내려놓아도 괜찮지 않을까. 때로는 그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할지 모른다. 중요한 건 반복 속에서도 나만의 흐름을 발견하는 일, 흐르되 내 방식대로 흐르는 것.
그러니 오늘도 그냥 걷는다. 특별한 이유 없이. 눈이 떠졌고, 몸이 움직였고, 바람이 불었으니까. 그걸로 충분할 때도 있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이 삶을 계속 살아낼 수 있는 진짜 이유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