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인류의 환절기
며칠 전, 책장 한 켠에서 오랜만에 『미학적 인간으로 살아가기』를 꺼냈다. 나는 가능한 한 매일 어제와는 다른 텍스트를 의식적으로 탐독하려 한다. 그렇게 몇 주 만에 다시 펼친 이 책은, 여전히 기대 이상이었다. 문장과 문장 사이를 건널 때마다 작가의 통찰은 나에게 또 하나의 사유의 문을 열어주었다.
오늘의 글감은 그 책에서 만난 한 구절에서 비롯되었다. “공룡이 멸종한 이유는 힘이 약해서가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서다."라고 한다. 그들은 변화의 전조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고, 대비할 수도 없었다.” 단순한 자연사적 사실처럼 보이지만, 이 문장은 나에게 시대의 숨은 경고처럼 다가왔다. 지금 우리 역시, 공룡처럼 변화의 기미를 느끼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의 급작스런 기후 변화는 그 징후를 여실히 보여준다. 예기치 못한 폭우와 기록적인 폭염, 그 모든 것에 우리는 적응하는 척하면서도 본질적으로는 무방비하다. 물론 지구 온난화의 영향은 분명 크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변화가 필연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 자체를 망각한 우리의 태도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인공지능이라는 또 다른 ‘빙하기’가 도래하고 있다. 그것은 기술의 진보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자리를 천천히 대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인간과 유사한 인지 능력과 판단력을 갖춘 유기체가 아닌 존재가 등장하는 시대, 우리는 그들을 단지 도구로만 여겨도 괜찮은가? 아니면 이들로 인해 인간이라는 종 자체가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공룡과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과거를 돌아볼 수 있고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가장 잘하는 것은 패턴의 분석이다. 하지만 그것을 이해하고, 우리의 미래에 적용할 줄 아는 것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반복되는 패턴을 통해 우리는 변화의 맥락을 읽을 수 있다.
『미학적 인간으로 살아가기』의 저자는 말한다. 지금 이 시대는 서양 중심의 물질문명이 저물고, 동양적 정신문화가 부상하는 환절기라고. 그렇다면 지금은 단지 계절의 변화가 아니라, 문명의 거대한 전환기이다. 우리는 그 환절기의 한가운데 서 있다.
환절기는 불편하다. 그러나 그 불편함 속에서 새로운 시대가 움튼다. 공룡은 그 환절기를 넘지 못했다. 우리는 과연 그 경계를 건널 준비가 되어 있는가?
준비된 자만이 새로운 시대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시대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너는 변화 앞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