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에 담긴 인생 텍스트
결혼 초기, 부모님과의 모임이나 여행이 잦았다. 어느 여름, 두 분을 모시고 가족 여행을 떠났고, 모처럼 웃음꽃이 피는 시간을 보냈다. 맛집에서 식사를 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감상하며 하루가 저물었다.
저녁 식사 후, 가족들이 둘러앉아 게임을 즐길 때 나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그때 어머니가 조용히 부탁하셨다. “이 음식 좀 냉장고에 넣어줘.” 나는 “알겠어요” 하고는 그걸 잊은 채 잠들어버렸다.
다음 날 아침, 어머니는 그 음식이 상한 것을 보고 한바탕 화를 내셨다. 그리고 남기신 한마디—“정신 차리라잉!”
그 말은 마치 천둥처럼 나의 귀를 때렸고, 그 장면은 지금도 생생하게 회자된다.
그때는 음식이 나보다 더 중요하게 느껴져 섭섭했고, 속상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금 다시 그날로 돌아간다면 나는 어머니의 말이 단순한 훈계가 아니라, 삶을 위한 경고였음을 이해할 수 있다.
나도 어느새 그 말을 아내에게 종종 쓰게 되었다. 그때마다 아내는 내가 예전에 어머니에게 보냈던 그 차가운 눈빛을 고스란히 되돌려준다.
놀랍도록 정확한 말이다. 인간의 뇌는 대부분 무의식으로 작동하고, 우리가 자각하는 의식은 고작 10% 남짓이라고 한다. 어머니의 말은 단순한 꾸중이 아니라, 그 10%를 끌어올리기 위한 '의식의 호출'이었다.
‘정신을 차린다’는 건 단지 집중하거나 실수를 줄이는 차원이 아니다. 그것은 매 순간 깨어 있으려는 의지이며, 삶의 흐름에서 나를 잃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가끔은 인생의 큰 진리가 어머니의 짧은 호통 한마디에 담겨 있다.
그 말은 지금도 내 안에서 메아리친다.
“정신 차리라이—그게 삶을 살아내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