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어머니의 ‘특별요리’가 등장하는 순간이다.
올해 팔순을 넘기신 어머니는 여전히 부엌의 중심에 서 계신다.
이제는 자식들이 챙겨드려야 할 나이지만,
오히려 본인이 여전히 건강하고 건재하다는 것을,
그리고 자식들을 향한 사랑이 여전하다는 것을
끓는 냄비와 무거운 국자 사이에 담아내신다.
오늘 저녁 메뉴는 여름 더위를 물리쳐 줄 삼계탕.
그 속엔 단지 닭과 인삼만 들어 있는 게 아니다.
오랜 세월 가족을 돌본 손길,
말로 하지 못한 마음,
그리고 사랑이라는 이름의 땀방울이 숨어 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이 과정에는 작지만 익숙한 풍경이 따라온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소한 언쟁.
자르고 삶는 방식부터 무엇을 더 넣아야 할지, 그리고 간의 정도까지,
두 분의 방식은 늘 평행선을 걷는다.
예전엔 그 장면이 불안하고 조마조마하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안다.
그 다툼이야말로 두 분만의 오랜 대화 방식이었음을.
“부부는 서로를 닮아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익어가는 것이다.”
이 말처럼, 두 분은 각자의 방식으로 천천히, 그러나 단단히 함께 익어가고 계신다.
몇 시간 후면,
어머니가 정성껏 끓이신 삼계탕이 식탁에 오를 것이고,
그 중 ‘닭다리’ 한 쪽을 누구에게 줄지를 두고,
두 분 사이에 어김없이 정겨운 실랑이가 시작될 것이다.
늘 그렇듯 서로 양보하는 듯하면서도,
속으로는 누가 더 챙겨줄지를 은근히 겨루는 시간.
결국 어머니는 말없이 그 다리를
아들 혹은 사위의 그릇에 조심스레 내려놓는다.
당신이 젊을 때 그러셨던 것처럼,
지금도 가장 좋은 것은 늘 자식 몫이라는 듯이.
결말은 늘 같지만,
그 익숙한 장면은 매번 마음을 찡하게 한다.
말보다 깊은 사랑이,
뜨거운 국물 속에서 조용히 건져 올려지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 나는 또다시 그 장면을 기다린다.
혹시 이번엔 순서가 바뀔까? 아니면 더 특별한 한 마디가 오갈까?
정답은 중요하지 않다.
그 다툼과 양보, 웃음과 침묵이 오가는 그 자리에
가족이라는 시간이 고스란히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