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 2일차
새벽 5시 30분,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부산 해운대를 향한 둘째 날 여정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전날의 피로가 채 가시지 않았지만, 모두가 각자의 속도로 옷을 챙겨 입고, 집 밖으로 나섰다.
출발 예정은 6시였고, 실제 출발은 6시 30분.
놀랍지도 않다. 여행이란 원래 시간보다 마음의 여유가 먼저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예상 밖의 풍경이었다.
청소년들이 새벽을 힘들어할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어른들보다 시간을 맞추려는 태도가 더 성실했다.
하지만 그 노력에는 대가가 있었다.
차 안에서 축 늘어진 몸, 식탁에서 졸음과 싸우는 눈꺼풀, 커피 타임엔 핸드폰 외엔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는 집중력.
그 모습들을 보며 문득 『장자』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인생은 서로의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다.”
가족이 함께 움직인다는 건 결국,
같은 속도로 걸으려 애쓰는 일이 아니라,
다른 리듬을 이해하며 걸어가는 연습이다.
부산에서의 하루는 이질성과 리듬의 충돌 속에서도 평화로웠다.
해운대 복국으로 아침을 시작했고,
모래사장을 걷는 동안 파도 소리는 마음의 여백을 선물해 주었다.
더위는 조금 있었지만, 그 여유를 식혀주는 건
산책 후 마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면 충분했다.
점심은 해운대 대표 맛집 ‘꼬막정식’.
식당의 정갈한 서비스와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 맛,
음식에는 늘, 말보다 선명한 공감이 있다.
오후는 아이 쇼핑과 휴식.
백화점은 단순한 소비의 공간을 넘어,
서로의 취향을 가볍게 구경하며
‘함께’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공간이었다.
12시간의 긴 여정.
복국의 시원함, 파도의 반복, 맛집의 정성, 가족의 온기—
그 조화 속에서 오늘 하루도 무사히 익어갔다.
가족여행이란 결국,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삶의 리듬을 이해해보려는 작은 연습이다.
그리고 그 연습은,
바다처럼 너그럽고, 햇살처럼 유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