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부터 마음을 모아 준비한 가족 여행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세대를 달리하고, 삶의 리듬이 제각기 다른 아홉 명이 함께 떠나는 길—그 자체로 하나의 사회이자, 작지만 복잡한 우주였다.
첫 모임은 휴게소에서의 아침 식사.
각자의 집에서 가져온 정성 어린 음식들로 평소보다 훨씬 풍성했고, 무엇보다 이른 아침,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나누는 식사는 그것만으로도 따뜻한 기억이 되었다.
식사를 마친 뒤, 본격적인 여정의 출발지는 부모님 댁이었다.
차를 몰며 상상했다.
잔잔한 핸드드립 커피 향기 속에서 카스테라 한 조각을 나누고, 사소한 대화가 흐르는 아침의 풍경.
그러나 도착한 현실은 전혀 다른 장면이었다.
잠이 덜 깬 중딩들은 소파에 널브러져,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표정으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어머님은 다음 끼니를 위해 전투모드로 주방을 점령하셨다.
각자의 생체시계가 제각각인 탓에, 집 안은 말 그대로 ‘리듬 충돌 구간’.
누구는 아직 이 닦지도 못했는데, 누구는 벌써 체력을 소진한 상태.
그야말로, 여행 전날보다 더 정신없는 ‘여행의 시작’이었다.
그 순간, 문득 『논어』의 한 문장이 떠올랐다.
“군자는 조화를 이루되 같아지려 하지 않는다(君子和而不同).”
가족이란 결국, 닮음이 아니라 다름을 품는 관계다.
조화란 질서의 결과물이 아니라, 어지러움 속에서도 서로를 끌어안으려는 마음에서 피어나는 것이다.
계획이 어긋난 자리,
그 틈새에서 진짜 여정은 시작된다.
예상과 다른 표정, 준비되지 않은 말들, 낯선 반응들—
그 속에서 우리는 가족이라는 관계의 깊이를 다시 배우게 된다.
삶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손보다, 흐름을 타는 마음이 필요하다.
완벽한 계획은 아름답지만, 어긋남은 살아 있는 온기를 남긴다.
그러니 이번 여행이 꼭 계획대로 흐르지 않더라도 괜찮다.
그 어긋남이 우리를 더 깊이 연결해줄 테니.
우리가 진짜 함께한다는 건, 어쩌면 그 ‘다름의 순간’을 함께 견디는 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