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오후 3시 30분.
휴대폰에 낯선 문자가 도착했다.
“119 종합상황실에 어머님의 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순간 머릿속은 수많은 가능성으로 뒤덮였고, 손은 본능처럼 움직였다.
아버지에게, 동생에게, 누나에게 전화를 돌렸다.
하지만 아무도 무슨 일인지 알지 못했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으셨고, 그 짧은 시간이 영겁처럼 느껴졌다.
다행히 이내 통화가 연결됐다.
경로당의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서 119에 신고했다는 설명.
그리고 그 신고 확인 문자가 보호자인 나에게 전송된 것이었다.
그제야 나는 깊은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나는 ‘119 안심콜 서비스’라는 제도를 처음 알게 되었다.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사전 등록된 보호자에게 알림 문자가 자동으로 전송되는 시스템.
어머니는 그 보호자로 나와 아내를 등록해두셨다.
우리 형제자매 중 딱 둘, 나와 아내만이 어머니의 안심망에 속해 있었던 것이다.
그 사실은 한편으로 형제자매들에게 시원섭섭함을 안겼지만,
나에겐 조용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누군가의 ‘보호자’로 선택된다는 건, 단순한 행정적 지위를 넘어
그 사람 인생의 중심 가까이에 있다는 뜻이 아닐까.
특히 노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고령의 시기에는
누구를 향해 마음을 기댈 수 있을지가 삶의 안정감을 좌우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머니가 나를 선택한 그 마음 안에는
신뢰, 기대, 그리고 사랑이 함께 담겨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 순간, 어머니의 내면을 한 번 더 들여다본 기분이었다.
앞으로 더 자주 안부를 묻고, 그분의 마음이 머무는 곳을 알아가야겠다고 다짐했다.
문득 궁금해졌다.
아버지는 과연 누구를 보호자로 등록했을까?
그 답은 아직 알 수 없지만,
그 물음 하나로 또 다른 관계의 결이 열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