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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나, 나를 알아차리는 질문

by 인또삐

인간의 변화는 인식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나를 바라보는 질문을 시작했다.

나는 질문을 자주 한다. 질문이란 상대를 향한 관심이고, 나름의 존중이라 믿어왔다.
그런데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왜 이렇게 따지듯 말해?”
나는 그저 궁금했을 뿐인데, 내 질문은 때때로 공격처럼 들렸고, 상대는 방어적으로 반응했다.
그때마다 나는 되묻는다. “내가 궁금한 걸 물어보는 게 왜 문제야?”

언쟁은 그렇게 시작됐다.

돌아보면, 나는 오랫동안 ‘질문’을 망설이며 살아왔다.
이 질문을 해도 될까? 상대가 불쾌해하지 않을까?
그렇게 삼킨 말들이 쌓였고, 언젠가부터는 ‘묻는 것’ 자체가 두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일까. 지금은 가능한 많이 묻고 싶다. 친구에게, 가족에게, 나 자신에게.

하지만 내가 의도한 관심이, 상대에게는 부담이 되거나 심지어 상처가 되기도 한다.
그럴 때면 깨닫는다. 질문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상대를 향한 존중이 진심이라면, 그 방식 또한 정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그럼에도 나는 믿는다.
질문이 자유로운 관계, 그 안에서의 불편함조차 함께 감당할 수 있는 사이가 진짜라고.
질문이 서툴러도, 어색해도, 다시 부드럽게 이어가려는 마음이 있다면 우리는 결국 통하게 된다고.

내가 자라온 시대는 질문을 허락하지 않았다.
교실에서도, 집안에서도, ‘묻는 자’는 종종 주제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환경 속에서도 지금 나는 스스로 묻고, 다른 이에게 묻는 사람이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나 자신에게 박수를 보낸다.

어쩌면 진짜 중요한 질문은 ‘무엇을 묻느냐’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묻느냐’일지 모른다.

언젠가는 질문이 더 이상 공격으로 오해받지 않고,
답변 또한 두려움 없이 오갈 수 있는 날이 올까.

나는 오늘도 묻는다.
그러면서, 나를 조금씩 더 잘 알아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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