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_9998
“나는 과연 전문가인가?”
책 속 문장 하나가 불쑥 나를 겨눴다.
나는 십수 년 동안 파이널 컷 프로를 활용한 영상 편집 수업을 대표 강의로 삼아 가르쳐왔다
이 수업만은 학생들이 나를 ‘마스터’라 부르고, 강의실 안에서는 인정받는다.
하지만 문득 질문이 든다.
학교 밖, 업계의 시선에서도 나는 과연 ‘전문가’인가?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그들 사이에서도 실력의 등급은 분명히 나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이름 뒤에는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따라붙는다.
진짜 전문가는 무엇으로 증명되는가?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일,
그 안에서 이론과 실무를 통합해 이해하는 능력.
그것이 전문가의 기본 조건이라면,
나는 내가 가르치는 과목에 대해 스스로 ‘전문가’라 자부할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더 생각해본다.
학생의 입장에서는 내가 전문가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들은 내가 가르치는 분야를 아직 경험해보지 않았다.
전문성은 말로 증명되지 않고,
강의실에서의 태도, 질문에 대한 깊이, 그리고 삶 전체에서 스며 나오는 진정성으로 증명되는 것이다.
오늘 읽은 책은 전문가라는 개념을 다시 보게 했다.
진짜 전문가는 _지식을 가르치는 사람_이 아니라,
_통찰을 나누는 사람_ 이다.
그리고 이 시대는 한 우물을 깊이 파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영상 편집 기술만 갈고 닦는다고 프로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스토리텔링, 미장센, 사운드 디자인, 촬영기법 등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의 사고가 필요하다.
심지어 전혀 관련 없는 철학이나 문학, 심리학의 인사이트가
더 나은 컷 하나를 완성하게 만드는 시대다.
4차 산업혁명, AI 기술이 일상을 장악해가는 지금—
‘전문가’는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
기술을 아는 사람을 넘어서,
의미를 찾는 사람.
지식을 축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해서 질문하고 연결하고 변형하는 사람.
나는 그런 전문가가 되고 싶다.
‘전문성’은 단지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와 시선의 문제다.
그리고 그 태도는
끊임없이 배우고, 다시 코칭하려는 사람 안에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