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순간, 진짜 내가 누군지 알 수 있다.
예전에 어떤 교육에서 자유롭게 질문을 적어 벽에 붙인 후,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질문을 골라 답변을 써 나가는 시간이 있었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하지 않는 방법이 뭘까?"
수많은 질문 중 단연 내 눈에 띄었다. 최근 나는 그동안 나의 만족을 위해서 모든 것을 계획하고 이루고 산다고 생각했는데, 그 내면에는 사실 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인정받기 위해서였음을 깨달았다. 특히나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게 생각했으면 하는 마음이 강한 사람이었다. 내가 생각한 '좋은 사람'은 무엇이었을까.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상냥하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맡은 바 일을 열심히 하고 부지런한, 나태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해서 다른 이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사람이었다. 한마디로, 타에 모범이 되는 사람이었다.
내가 규정했던 좋은 사람은 딱 초등학생 시절 모범상 문구에 적힐 만한 내용이었다. 저 틀 안에 자꾸 나를 맞추려고 나 자신을 단련시켰고, 사람들이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칭찬해주는 것에 기뻐하며 더욱 나 자신을 세뇌시켰다. 어른이 되어 아이까지 낳은 지금에서야, 저런 사람이 정말 나인지, 내가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던 내용이 누가 그렇게 생각한 건지,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나의 생각인 건지 타인의 생각인 건지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왜 이전에는 이런 고민을 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저렇게 사는 것이 가장 편했다. 그냥 사회적 통념에 맞춰, 부모의 그늘 아래, 학교와 직장이라는 조직 안에서 순응하며 사는 것이 가장 마음 편했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가끔은 내 안의 '불만'이나 '욱한 감정'이 올라와 몇 번 표현한 적도 있지만, 표현을 하면 속이 시원하기보다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기분 나빴으면 어쩌지.'와 같은 타인의 반응에 예민해져 결국은 내 감정을 통제하게 되었다.
이제야 타인으로부터의 '나'가 아닌 진정한 '나'를 찾고자 하면서 읽고 있는 책이 한 권 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김수현. 마음의 숲. 2016).' 이 책은 2016년도에 처음 출판되어 지금까지 100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다. 100만 명이 넘는 이들이 이 책을 관심 있게 봤다는 점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 많은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하지 않는 방법'에 대해 나뿐만 아닌 수많은 이들이 고민하고 있고, 타인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길 희망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의 내용을 빌어, 내가 정리해본 해결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자신의 평범함을 인정하고, 기를 쓰고 애쓰려 살지 말자.
-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하고 내가 나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면, 타인이 나를 이렇게 보았으면 하는 기준도 당연 낮춰져서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다.
2. 가장 존중해야 하는 사람은 언제나 나 자신이다.
- 책에 이런 내용이 있다.
"우리 사회는 개인의 개성보다는 집단의 조화를 중시하는 관계지향적 사회로,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감정을 존중하도록 교육받기보다는 타인의 생각과 감정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도록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그 오랜 수련의 결과 사람들과 잘 어울리기 위하여, 주제 파악 못하고 꼴값 떤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하여, 고도의 눈치와 겸손을 발휘하며 끊임없이 자신의 자격 앞에서 머뭇거린다. 물론 겸손도,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는 것도 미덕이지만 그 가치는 타인의 눈치를 보며 주눅 드는 것이 아닌 타인에 대한 존중에 있을 뿐이고, 타인의 감정을 염려하느라 정작 자신의 감정은 돌보지 못한다면 그 무엇도 미덕이 될 수 없다. 그러니 당신이 지칠 만큼 눈치를 볼 필요도, 주눅 들 만큼 겸손할 필요도 없다."
3. 나다운 삶을 찾을 것.
- 책의 내용에 따르면, 과거 우리의 핵심 도덕이었던 유교 사상은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상에 맞추는 것을 아름다운 삶이라 여겼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신만의 삶의 방식과 철학을 세우며 사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부모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 사는 것에 더 익숙하다. 그 결과 많은 이들이 자신의 신념과 철학은커녕 자신에 대한 윤곽선도 그려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 상황을 끝까지 해결하지 못하는 보다 결정적인 문제는 '지독한 의존심'에 있다.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며 삶을 일구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자신이 어떤 가치를 실현하며 살고 싶은지 무엇에 행복해지는 사람인지 '자기 감각'을 찾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의존심을 버린다는 게 두려울 수도 있지만, 그 고민과 위기의 순간을 지났을 때 비로소 스스로가 신뢰하고 존중할 수 있는 나다운 삶이 시작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내용이야 더 많지만, 이 정도로 요약해 보았다. 그리고 사실은 모든 방법이 한 문장으로 귀결된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 나의 관심이 다른 사람이 아닌 나에게 돌아가면 내가 좋아하는 것, 어려워하는 것을 알고 실천하게 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할 수 있게 된다. 결국은 '나'를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내가 내편에 서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게 정말 와닿았다. 그리고 참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우리가 모든 관계 안에서 내편에서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하지만 또 나를 사랑하다 보면 언제나 내편을 들어줄 나 자신이 있다는 존재만으로도 참 든든하고 힘이 날 것이다.
-20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