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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Kim Jan 29. 2022

사우디 교수생활 4개월째. 센터장과 신뢰 형성

3개월의 Provision 기간 종료와 일의 결과를 바탕으로 신뢰형성.

2020 10월에 사우디에 있는 대학교에 물리적으로 합류한  5개월 동안 센터 소속의 교수로서는 혼자였다. 센터장은 여전히 다른 도시에서 원격으로 근무하고 있었으며, 나를 면접 봤던 호주 교수도 2021 2월이 되어서야 물리적으로 우리 센터에 합류했다.


지난번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센터장은 초반에 나를 매우 몰아세웠다. 지금에서야 과거를 돌아보면 센터장도 아직 공식적으로, 확실하게 우리 센터에 합류하지 않았고 학교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내용들도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당시로써는 꽤 힘든 나날이었다. 센터에서 해야 할 일도 정확히 정해지지 않았고, 대학교 내에서 다른 부서에서 요구하는 일들도 많았지만, 누구 하나 명확하게 설명해주는 사람도 없고, 정확히 누구한테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답답한 마음은 여전했다. 그리고 센터가 초기에 설립되다 보니 은근히 센터장은 다른 부서와 정치적인 관계 때문에 다른 부서의 일은 절대 하지 말라고 여러 번 나한테 말했다.


그러는 와중에 첫 번째로 센터장과 신뢰 관계가 쌓였던 것은 내 기억에는 리야드로 센터장이 왔을 때 드디어 얼굴을 보면서 회의를 하던 때인 걸로 기억한다. 그동안 계속 온라인으로, 전화로 회의를 하고 일을 하다 보니 서로가 완벽히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리야드로 센터장이 왔을 때 그동안 나에게 요청했던 일들을 내가 준비해서 인도 테크니션 친구와 대면 회의를 했다. 그때 센터장이 인도 친구한테 내가 만든 내용을 보여주면서, 인도 친구가 우리 학교에 10년을 일했는데, 10년 동안 일하면서 Dr. Kim이 준비한 이 정도 퍼포먼스나 성과를 본 적이 있냐고 물었고, 그 친구는 없다고 했다. 조금 복잡한, 어떻게 보면 약간은 스마트하게 해야 하는 결과였는데, 다행히 잘 마무리했고, 그 메커니즘을 센터장이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보니 내가 만든 결과물을 인정해줬었고, 마음이 한결 놓였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내가 바라보던 센터장의 모습은 그냥 일만 Urgent 하게 앞뒤 설명 없이 시키는 사람이었다.


이제 센터장이 나한테 요구한 내용을 PPT로 만들어서 대학 총장님께 보고하는 일이 남았다. 이 때도 발표자료를 시간에 촉박하게 준비하지 않고, 최대한 빨리 스켈레톤을 구성해서 센터장께 보여주고, 계속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만들었다. 내가 PwC, Deloitte와 같은 글로벌 컨설팅 펌에서 High Level 고객들을 위해 PPT를 엄청 만들었던 것이 많이 도움되었다. 만일 그냥 순수하게 학계에서만 공부하고 연구했던 사람이라면 아마 PPT를 구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 같다. 총장님께 발표할 PPT를 준비하면서 여러 번 회의를 했는데, 내가 한 페이지 정도는 더 구성하면 총장님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시간도 별로 없었고, 없다고 해서 크게 문제 되는 구성은 아니었기에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다음날 놀랍게도 센터장이 그 페이지를 직접 작성해서 총장님께 발표한 것이다. 조금 놀라면서 그때부터 '아 센터장도 머리가 있구나. 그냥 무식하게 일을 시키는 게 아니라 나름 스마트 하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되고, '이 친구도 직접 일을 하는구나. 그냥 시키기만 하는 친구는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후부터는 뭔가 모르게 마음이 조금 편해지면서 이후에 계획했던, 연속적인 성과물들을 보여주면서 더욱 인정받고, 서로 신뢰하는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그리고 3개월 이라는 Provision 기간도 무사히 지나면서 보다 심적으로 안정이 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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