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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Kim Feb 05. 2022

사우디에서 첫 학기가 끝났다.

평가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 

나는 운 좋게도 다양한 경험을 많이 쌓았다. 그리고 특이한 이력들도 함께 가지고 있다 보니, 학계에서 강의할 때 실무적으로 보다 더 경험을 바탕으로 잘 설명할 수 있었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학생들의 피드백이 매우 좋아서 늘 고마웠다. 그 덕분에 고려대학교에 근무할 때는 3년 연속 석탑강의상도 받기도 했다. 교수들마다 강의하는 방식과 철학이 다르지만, 나는 학생들 입장에서 최대한 도움을 주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늘 고민한다. 시스템 명령어 하나씩 어떻게 보면 너무 친절하다시피 알려주기도 하는 편인데, 굳이 복잡한 수식과 난해한 말로 학생들을 힘들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쉽게 알려준다고 해서 학생들의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학생들의 동기 부여와 잠재 능력을 최대한 끌어주는 것이 멘토이고 교수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2020년 9월부터 약 한 달 동안 한국에서 원격으로 사우디와 요르단, 수단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다. 그리고 10월 3일 사우디에 와서 직접 대면으로 학생들을 보면서 강의를 했다. 영어로 하는 어려운 강의였지만, 최대한 실습을 많이 넣고, 내 경험들을 많이 이야기해줬다. 학생들의 참여를 많이 유도했다. 센터장은 나보고 학생들의 피드백이 매우 좋다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줬다. 고마웠다. 하지만, 매번 나보고 학생들에게 첼린지하게 하라고, 과제도 많이 내고, 푸시하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Midterm Exam(20점 배점)을 봤다. 학생들이 전반적으로 좋은 성적을 얻었다. 센터장은 나보고 시험은 정말 어렵게 내야 한다고, 모든 학생들이 A, B를 받으면 좋지 않다고, 우리 프로그램은 인텐시브 하고 매우 도전적이어야 한다고 늘 강조했다. 그리고 내가 평소에 강의하던 스타일처럼 친절한 것보다는 강하고 도전적이고 학생들을 계속 푸시하도록 강조했다. 평소 내 스타일과 달랐지만, 센터장의 방향과, 우리 프로그램의 취지가 그렇다면 그렇게 하기로 하고, Final Exam을 매우 어렵게 냈다. 


Final Exam이 끝나고 나서 학생들의 성적을 평가했다. 대부분 정말 열심히 한 것 같았는데, A가 아무도 없었다. 겨우 과락을 면한 친구들도 있었다. 내 과목은 고급 과정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기본 과정과 비슷한 과목인데 너무 성적이 좋지 않아서 마음이 무거웠다. 이런 부분 때문에 마음고생하다가, 와이프와 이야기를 나누고 학생들이 모두 열심히 했는데 기말 시험이 너무 어려워서 좋은 성적을 얻지 못해서 평균적으로 5점씩 올려주는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아침에 센터장에게도 이야기를 했다. 다들 열심히 했는데 아무도 A를 받지 못해서 조금 마음이 불편하다. 모두 평균적으로 5점씩 올려주면 안 되겠냐고 물어봤더니, 그건 up to you라고 했다. 다행히 수용해줬다. 그래서 시스템에서 변경하려고 했는데, 걱정한 대로 벌써 시스템에 올라간 점수가 Approved 된 상태였다. 그래서 Educational Buiding에 가서 담당 교수에게 상황을 설명했더니, 시스템에서 수정 가능하지만 이미 Approved 되었기 때문에 Administrative 부서와 Dean에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코디네이터랑 같이 Dean Office에 갔다. 학과장과 몇 마디 이야기 나눴다가 다시 또 다른 기존 Dean에게 갔다. 기존 Dean은 상황은 이해되는데, 만일 수정을 했을 때 학교 외부에서 왜 변경을 했느냐고 물어보게 된다면 상황이 복잡할 수도 있고,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모든 학생이 과락은 면했기 때문에 Pass이고, 별로 큰 문제는 없다. 본인도 일부 학생이 70점도 안돼서 Pass도 못했다고. 다음 학기 때 학생들에게 좋은 점수 주면 평균은 올라갈 것이고, 70점 넘으면 나중에 Master 올라갈 때도 크게 문제 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지금 상황에서 수정을 하게 되면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으니까 지금 그대로 두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번 경험을 통해서 몇 가지 느꼈다. 성적에 대해 수정이 발생할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센터장과 Dean이랑 이야기를 해서, 학교 쪽 상황도 듣고, 상황을 이해받으니까 나도 수용 가능하고 보다 마음이 편해졌다. 만일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불편한 마음이 여전히 남아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최종 시스템에 Score를 올리기 전에는 정말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여러 번 고민하고 검토한 다음에 시스템에다가 업로드를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내 손에서 떠나서 다른 사람에게 어떤 정보, 특히나 중요한 정보가 가서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욱더 신중하게 검토하고 검토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지 나뿐만 아니라 승인해준 사람도 입장이 난처해지지 않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험 문제 난이도를 초급-중급-고급으로 적절하게 배분해서 시험 문제를 정말 잘 준비하고 학생들에게도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첫 학기의 모든 프로세스를 처음 경험하면서 정말 어려운 점이 너무 많았다. 사우디 고등교육 체계도 처음이고, 당시 센터도 처음 만들어졌고, 우리 학생들도 1기였기 때문에 기존 사례도 없었고, 과목도 처음 설계하고, 평가 방식도 낯설었고, 학생들의 성적에 대한 기대치는 매우 높았고, 센터장도 물리적으로 원격에서만 일을 시켰고, 호주에서 온다는 교수도 아직 합류 안 한 상태였고, 센터 건물에 덩그러니 나 혼자만 한 학기를 온전히 외롭게, 또는 정신없게, 매번 좌충우돌하면서 보냈던 것 같다. 그래도 가족들과의 사우디 생활은 점차 익숙해지고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에 큰 감사함을 느끼던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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