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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Kim Sep 17. 2022

2021년 6월의 기록

아랍과 유럽으로의 확대와, 9개월 만의 한국으로의 휴가

정말 많이 바빴다. 하지만 글을 쓸 수 있는 여유는 시간을 내면 만들 수 있었다. 우선순위에서 밀려났었나 보다. 그러다가 브런치 알림을 봤고, 어느새 감사하게도 구독자가 50명이 늘었고, 브런치 팀에서 온 알람이 밤 11시 20분에 누워있던 나를 일으켜 세웠다.

"작가님, 지난 글 발행 후 구독자가 8명 늘었어요. 그런데 돌연 작가님이 사라져버렸답니다 ㅠ_ㅠ 기다리고 있는 독자들에게 작가님의 새 글 알림을 보내주시겠어요?"

AI가 보낸 건지 실제 직원이 보낸 건지 모르겠지만, 황급히 이불을 걷어 내고 서재로 왔다.




벌써 6월이 되었다. 학교의 Z 교수는 이번 주 목요일 호주로 여름 방학 휴가를 떠난다고 했다. 2월에 센터에 합류하고 3개월 Provision 끝나고 한 달이 지나서 여름방학 휴가를 갔다. 나는 학교에서 협력을 준비하는 기업과 메일 회신을 하고, 7월에 한국 가서 와이프와 함께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예약 전화를 했다. 그런데 6월 1일에 전화했는데 고려대 구로병원에서는 제일 빠른 날짜가 8월 말이라고 한다. 결국 서울대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예약했다. 6월 말에 한국에 가기 위한 항공권 티켓팅을 완료했다. 두바이를 거쳐 서울로 들어가는 항공편이다.


6월 2일, 할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다. 일에 대한 우선순위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다. 오전엔 한국 기업에 연락해서 미팅을 했다. 오전 11시에 신규 교수 면접이 있어서 MS Teams로 나와 Z 교수, 인도인 스페셜리스트 S와 함께 면접관으로 들어갔다. 파키스탄 출신으로 킹 사우드 대학에서 포닥을 한 사람이다. 긴장을 많이 했는지 질문과 조금 다른 답변을 몇 번했지만 답변을 열심히 했고 의지가 강했다.


6월 3일, Z 교수가 호주로 출국하는 날이다. 오전에 S와 함께 ITU 교육 관련 미팅을 했다. 나는 ITU에 펀딩 관련 이야기를 했는데, 우리가 펀딩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협력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6월 4일, EU Counter-Terrorism 발표와 관련된 미팅을 했다. 주제는 Cybersecurity and NK Cyber Operation Strategy 주제로 약 15분 정도 발표 준비를 했다. 그리고 한국에 있는 팀과 프로젝트 미팅을 했다. 밤 9시 넘어서 M 박사가 새롭게 이사 갈 아파트 부동산 계약서 관련해서 계약서를 보냈다고 확인해보라고 해서 확인했는데 아직 전자계약서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6월 6일, EU CTER에서 발표할 주제와 초록을 보냈다. 세션은 EUHYBRID-Dynamics in the gray zone: Challenges for EU and NATO. 그리고 저녁에는 한국 멘토링 프로그램에 학생들 평가를 자정까지 진행했다. 120명 중에서 70명까지 평가 완료.  


6 7, 한국으로 출국까지 17 남았다. 학교에서 해야  정말 멀티로 많이 있는데, 긴박하게 당장 해야  일이 다행히도 많이 없어졌다. 그런 긴장감이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열정이 예전에 비해 감소했다는 기분도 들었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열심히 해야 하는데. 이제 원하는 목표점에 도달했고, 어느 정도 정상에 오르다 보니 방향성을 잃은 것인지, 아니면 여기가 충분히 좋아서 그런 건지.  이상의 항해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되는 것인지, 아니면 또다시 새로운 항해를  나갈 것인지  고민이 드는 하루였다.

한국-아랍소사이어티(KAS)라는 조직을 알게 되었다. 관련 이사진 명단을 보니, 주로 우리나라 쪽은 기업체 근무하시는 분들로 구성되었고, 아랍 측은 각 대사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제 사우디 온 지 1년도 채 안되었으니까, 한 2-3년 정도 더 해보고 나서 이쪽도 관심을 좀 가져야겠다.


6월 8일, 와이프가 어제부터 많이 어지러워해서 걱정이다. 잠자려고 누워 있을 때나 아침에 일어날 때 어지럽다고 하는데.. 아침에 L 교수님으로부터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멤버로 나를 추천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가까운 분이 민주평통 상임위원으로 일하시는 것을 보긴 했지만, 정확히 어떤 조직인지 몰라서 조금 찾아서 공부했다. 오전에는 다음 주 강의할 자료 준비하고, 11시에 미팅하고, 점심 먹고, 2시에 또 미팅 하나.

트레이닝 일정 관련해서 문제가 생겼다. 내가 분명히 방학 전에 진행하려고 6/13-15일이라고 F 교수에게 전달했는데, 그 내용을 Training 부서에게 제대로 전달이 안되었는지, 교육생들에게는 7/4-6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내가 예전에 보낸 메일을 포워드 하면서 설명했는데도, 이미 정해져 버렸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한국에 갔을 때 원격으로 강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번 주 목요일 오후에 대학 총장님께 우리 센터의 전략 발표 미팅이 잡혔다. 오후 4시쯤 퇴근했는데 센터장이 최근 CDN 사고 관련해서 긴급하게 정리해달라고 해서 1시간 내에 PPT로 정리해줬더니 고맙다고 하면서 추가로 좀 더 정리해 달라고 했다. 나도 잘 몰랐지만 이번에 조사하고 정리하면서 조금 더 알게 되었다.


6월 9일, 센터장과 동료 교수들과 American Academy Forensics Sciences 관련 Urgent 미팅을 했다. 요즘 심심하면 Urgent 미팅을 요청한다. 16일 날 EUCTER 발표할 발표자가 컨펌되었고, 나는 제일 마지막 세션에 발표하기로 되어있다. 그리고 아시아 사이버 시큐리티 캠프 창립멤버로서, 오랜만에 대만,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멤버들과 다가오는 ENISA 사이버 보안 챌린지 관련 미팅을 가졌다.


6월 10일, 10시부터 총장님께 센터 5개년 전략 발표를 진행했다. 그런데 이 발표 내용에 대해서는 특정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절대 컨피덴셜을 유지해달라고 했다. 정보나 이야기가 여러 곳으로 나가는 것이나, 괜스레 오해를 사게 하는 것, 이런 것을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총장님 보고는 성공적으로 잘 끝났다. 총장님도 확실히 스마트하시고, 좋은 피드백을 많이 주셨다. 밤 9시 50분쯤 센터장에게 전화가 왔다. 원래 늦은 시간에 잘 안 받는데 받았더니 오늘 President 발표 때 보여준 태도에 매우 고맙다고 이야기를 해주면서, President도 매우 만족했고, 앞으로 전략계획에 따라 잘 진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6월 14일, 오늘 대외협력팀에서 전화가 와서 10여 일 뒤에 Cyber-Terrorism 관련해서 국제 콘퍼런스에 발표를 해달라고 긴급하게 요청이 왔다. 24일 출국인데, 24일 오전에 콘퍼런스 발표를 해달라니...  일단 당장 급한 EUHYBRID 발표 준비를 하자. 15분 중에 J가 앞부분을 발표하고 내가 뒷부분 발표를 맡기로 했다.


6월 16일, EUCTER에 유일한 한국인 팀 발표자로서 발표와 질의응답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78명의 훌륭한 발표자분들이 참여하셔서 발표를 하셨고, 많은 것들을 배웠다.


6월 17일, 다음 주 CEPOL | CT INFLOW와 관련된 Closed Seminar에 내가 발표하는 것과 관련해서 학교 내부적으로 교통정리가 안되어서 중간에 낀 입장에서 조금 난감한 상황이 발생했다. 학교의 대표로서, 그리고 해당 분야 전문가로서 발표하는 입장과 센터의 소개와 홍보를 해야 하는 입장 사이에서 적절한 조율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6월 18일, 밤에 논문을 수정하면서 불현듯 여러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논문이 목숨 걸만큼 절박한 논문도 아닌데, 내가 너무 무리하는 건 아닌지. 20일부터 한국에서 맡고 있는 인재양성 프로그램 면접 평가를 해야 하고, 21일 사이버 테러리즘 발표 자료도 준비해야 하고, 그 와중에 21일까지 수정본을 제출해야 하는 논문에 너무 에너지를 다 쏟는 게 아닌지,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는 오랜만에 가족과 외식을 하고, 아이들 레고 사주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면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다시금 했다. 그래도 늘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자라는 생각으로 논문을 수정 중인데 아직 반도 못했는데 수정할 내용이 너무 많다. 이제 출국 6일 남았는데 너무 할 일이 많이 남았다. 자정부터 1시간가량은 ENISA 팀과 GCC 팀과 같이 온라인 미팅을 했다.


6월 21일, 새벽 3시에 일어났다가 다시 잠들었다. 신경 쓰이는 일이 많았나 보다. 이제 3일만 자면 한국 가는 날이다. 그 와중에 논문도 하나 Reject 되었지만 너무 신경 쓰지 말자. 건강을 잃으면 돈도 명예도 모두 소용이 없다. 역시나 먹는 게 중요한 나이인가, 고기를 줄이고, 다시 야채와 과일을 더 많이 먹도록 해야겠다. 잠도 충분히 자고 있는데, 나는 느끼지 못하지만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인가. 친한 친구가 유튜브 영상을 공유해줬다. https://www.youtube.com/watch?v=sEiQjjfWMV0 자우림의 꿈. 가사가 참 너무 나의 상황과 와닿았다. "머나먼 길 찾아 여기에, 외롭고도 험난 이 길을 왔는데", 음.. 왜 이렇게 나는 바쁘게 열심히 사는 건지?  할 일은 정말 많은데 뭔가 공허한 기분이 오늘은 좀 든다.


6월 22일, 출국 이틀 남았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IEEE 콘퍼런스 논문 수정 마무리했다. 지인께서 교정한 버전을 보내줘서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일정이었지만 다들 열심히 해줘서 마감에 겨우 늦지 않게 재 투고를 할 수 있었다. 오늘 아침에 CEPOL 발표 미팅 초대 메일을 공식적으로 받았다. 오전 11시에 러시아 사이버보안 기업과 미팅을 했다. 낮에는 UNODC Regional Director와 우리 학교 총장님이 오셔서 내가 맡고 있는 랩에 대해 소개해 드렸다.


6월 23일, 사우디 온 지 263일째, 새벽 3시에 일어났다가 브런치에 글 하나 올리고 다시 잠들었다. 오전에 가족 모두 PCR 결과 모두 음성이라는 것을 받아서 마음이 좀 놓였다. 오늘은 내일 발표할 Cyber-terrorism 관련 조사와 공부를 좀 했다. 조사하면 조사할수록, 내가 정말 중심부에서 참여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UNODC, ITU 등 내가 강의하고 교육하고 협력하면서, 내가 그들의 일부가 되어가는 구나라는 생각. 예전에는 마냥 변두리에서 저런 국제기구에서 이런 연구를 하고 있구나라고 눈여겨보고 있다가, 여기 온 이후로 ITU 강의, 인터폴 발표, UNODC 미팅 등을 참여하면서 내가 이제 본격적으로 그들과 함께 네트워크에 참여해서 내 경험과 생각과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감회가 새로웠다.

개인적으로 이 분야에 대한 책을 쓰고 있는 것과는 출판사 쪽과 방향성에 대한 충돌로 인해 진행이 잘 되지 않아서 좀 괴롭긴 했다.


6월 24일, 아침에 Terrorism and Cyber-Terrorism Investigation과 관련해서 CEPOL과 미팅을 잘 진행했고, 우리 학교 입장에 대해서도 내가 발표를 했다. 발표가 끝나고 나서 센터장이 Remarkable contribution이라고 엄청 띄워줬다. Really really appreciate 하다고. 오늘 오후에 한국으로 갈 사람에게 오전에 중요한 발표를 시켰으니.. 개인적으로도 아랍지역을 넘어서 유럽지역까지 내 전문 영역을 펼치고, 전문가로서 도움 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이렇게 바쁜 2021년 6월 달을 마무리하고, 24일 가족 모두 무사히 한국에 들어왔다. 그리고 2주간 강원도에서 슬기로운 격리를 했다.

한 시간 반 가량 한 달 동안의 기록을 다시 정리했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시점에서 1년 3개월 전 이야기지만, 이때 이후로도 정말로 많은 일들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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