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여행 2: 출장지에서 본 보름달과 새벽 바다
일상에서 ‘여행(旅行)’을 얘기하면 대개 유람을 떠올리게 된다. 국어사전에는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로 등재되어 있다. 즉, 휴가를 내거나 주말에 개인적인 시간을 내지 않고도 다른 고장에 가는 일 자체가 여행인 셈이다.
최근에 강릉으로 출장을 갈 일이 있었다. 1박 2일 출장이었는데 첫째 날은 일정에 여유가 없어서 근처를 둘러보지 못했다. 그래도 마침 출장 간 날이 보름이어서 달이 무척 예뻤다. 바다처럼 푸르스름한 하늘빛, 그 빛을 머금은 구름 위에 은빛 달은 이 순간,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달이었다.
다음 날 오전에 조금 여유가 있었지만 전날 수도권 중심으로 눈도 내려, 추위 앞에서 잠시 망설이기도 했다. 어제 본 예쁜 달이 떠올라 고민 끝에 해와 바다를 보러 일찍 움직였다. 7시에 조식을 먹고, 해가 뜨기 시작할 때 주문진 방파제를 산책하고 오기로 했다.
주문진 방파제까지 가는 길은 해가 막 뜨기 시작할 때라 고요하면서도 활기찼다. 여명이 밝아오고 갈매기 울음소리와 수산 시장, 건어물 시장의 분주함이 느껴졌다. 방파제 오른편에는 눈이 내려 더욱 선명해진 굽이굽이 산 능선이 빼어났다. 왼편에는 새파랗게 반짝이는 바닷물, 물비린내, 파도 소리가 바다에 왔음을 실감하게 했다. 거기에 세상을 환하게 비춰주는 해까지 떠 있으니 감동이 밀려왔다. 「관동별곡」에서 월출과 일출의 장관을 묘사한 정철의 마음도 이러했겠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강릉산수갑천하(江陵山水甲川下)’라는 말도 그냥 나온 말이 아니었다.
돌아오는 길은 같았지만 올 때는 보지 못한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날도 밝았고, 방향이 달랐으며 보는 내 마음도 달랐을 테니. 햇빛을 받아 회색 테트라포드마저 붉게 보였다. 파란 지붕 위에 갈매기들이 나란히 앉아 있고 시장 근처에 있는 화장실 모양도 배 모양이었다.
숙소에서 주문진 방파제 끝 등대까지 갔다 오니 제법 거리가 되었다. 한 시간 남짓한 산책이었지만, 오래 기억에 남을 여행이었다. 출장지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일도 하고, 즐거운 여행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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