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일렁임 6

늦가을에 가도 좋은 춘천 강원특별자치도립화목원

by 천천히 꾸준히


같은 책을 두 번 읽는 경우가 별로 없는 것처럼, 여행도 주로 안 가 본 곳을 가게 된다. 만약 읽었던 책을 다시 읽고, 가 본 곳을 또 간다면 그건 세세하게 기억나지 않더라도 그 순간의 좋았던 감정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처한 상황이나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이기도 하고, 전혀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고정된 텍스트로 이루어진 책에 비해 여행은 여행지 자체의 변화가 크다. 계절의 변화도 있고, 여행지 주변 상황도 달라지니까.

춘천 강원특별자치도립화목원을 8년 전엔 봄에 갔고, 이번에는 늦가을에 다녀왔다. 봄의 화목원과 늦가을의 화목원은 완전히 다른 장소였다. 봄에는 알록달록 온갖 꽃들에 시선을 빼앗겨 나무들은 잘 보이지 않았다. 늦가을에는 노란 국화마저 얼고 시들어 텅 비어 보였다. 갈색으로 곱게 물든 메타세콰이어 나무만 남아 있었다. 단풍이 든 메타세콰이어는 낙엽송과 비슷하면서도, 여러 그루의 나무가 모여 있어 하나의 큰 느티나무 같았 다. 다시 찾은 다육식물원에서도 메타세콰이어가 보였다. 분명 같은 자리에 있었을 텐데, 봄에는 메타세콰이어가 있는지도 몰랐다.

2025년 11월 22일, 늦가을의 메타세콰이어

쌀쌀한 날씨 그리고 꽃과 잎이 사라진 풍경 때문에 실내 공간인 산림박물관에 머문 시간이 길었다. 8년 전에는 그냥 지나치고 말았을 가야금도 이번엔 눈에 띄었다. 악기에는 주로 오동나무를 사용한다는데, 가야금 앞판도 오동나무를 쓴다고 한다. 글을 꾸준히 쓰게 된 뒤로 더 꼼꼼하게 보는 습관도 생겼지만, 가까운 지인 중에 가야금을 배우신 분이 있다. 그분이 어떻게 저 큰 가야금을 옮기며 연습했을까 상상해 보며, 그분의 배움에 대한 열정이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꾸준히 해야겠다는 나의 마음을 더 단단하게 했다.

산림박물관 내에 ‘소나무, 문화를 만들다(2025. 10. 31.~2026. 2. 28.)’ 기획 전시도 진행 중이었다. 소나무는 사군자와 함께 선비의 기개와 절개를 상징하는 나무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을을 지키는 장승과 솟대부터 농, 소반 등 집안 가구를 소나무로 만들었다고 한다. 소나무는 우리의 문화와 정신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나무였다. 그래서일까,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상당한 양의 우람한 소나무를 베어갔다고 한다.

가끔은 가 본 곳을 다시 가는 것도 좋다. 다른 계절에 가면 더 좋을 것이다. 같이 갔던 사람과 다시 가도, 다른 사람과 가도 느낌이 다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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