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일렁임 8-2

[보령, 화이트 크리스마스 2] 보령 무궁화수목원

by 천천히 꾸준히


여행 첫날이라 일정에 여백을 많이 두었고, 강풍으로 충청 수영성에 잠시 머무르다 보니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근처 가볼 만한 곳을 검색하다가 보령 무궁화수목원을 발견했다. 무궁화수목원이 홍천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보령에도 있었다. 홍천 무궁화수목원도 공교롭게도 이번 늦가을에 가서 무궁화는 못 봤지만, 전나무숲길이 있어서 산책하기 좋았던 기억이 난다. 그 좋은 기억이 우리를 보령 무궁화수목원으로 이끌었다.

보령 무궁화수목원 입구부터 빨강, 초록 옷을 입은 나무들이 반겨 주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전시관이 나왔다. 전시관 입구에도 크리스마스 포토존이 조성되어 있었다. 전시관 내부에는 여권, 법원 상징, 지폐, 무궁화호 열차 등 곳곳에 사용된 무궁화의 모습과 무궁화의 역사이자 우리나라의 역사가 소개되어 있었다.

무궁화(無窮花)란 명칭은 고려시대 대표 문인인 이규보의 시에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너무 친숙한 무궁화였는데 이름부터 달리 보였다. 신채호 선생님과 정약용 선생님의 글에서도 보이듯 무궁화는 온갖 꽃이 피는 봄에 묵묵히 때를 기다렸다가 여름에 매일 새로운 꽃을 피운다. 늘 새롭고 영원한 무궁화. 나라꽃으로 가장 적합한 꽃이 아닌가 싶다.

전시관 벽에 한용운 시인의 시도 걸려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나라꽃, 무궁화를 생각하며 한용운 시인이 옥중에서 쓴 <무궁화 심으과저>를 읽으니 잠시 애상에 잠기기도 했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녯나라에 비춘 달아
쇠창을 넘어 와서 나의 마음 비춘 달아
계수나무 버혀 내고 무궁화를 심으과저

전시관에서 나와 온실에 들어서면 포인트세티아가 다시 한번 크리스마스임을 알려줬다. 황량한 바깥 풍경과 대비되어 빨간 꽃과 초록 잎이 더 생기 있어 보였다. 다육 온실에서도 꽃이 있었는데 백봉금 꽃이 정말 신기했다. 흔히 보는 다육 식물에 꽃대를 갖다 붙인 것처럼 방울꽃 모양의 꽃이 피어 있었다. 다육 식물원이 처음이 아니었는데 그동안 관심이 없어서 안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쁜 것일까.

겨울이라 온실 속에서 시들어 간 두 송이 무궁화를 본 게 다였지만, 눈이 내리고 무궁화수목원 이곳저곳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있어서 오랜만에 크리스마스다운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바람도 거세지고, 눈발도 굵어져 편백나무숲길은 들르지 못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 날 군산 여행을 위해 쉬면서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며 행복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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