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일렁임 8-5

[부여 여행 2] 정림사지오층석탑, 한 국가의 흥망성쇠를 보여주다

by 천천히 꾸준히


부여의 마지막 여행지이자 크리스마스 2박 3일 여행의 마지막 장소는 정림사지였다. 국립부여박물관 가는 길에 내렸던 눈이 잠시 그쳤다가 점심을 먹고 나오니 눈이 다시 내렸다. 정림사지까지 가는 길은 가로등 하나도 평범하지 않았다. 백제 금동대향로를 연상하게 만드는 봉황 장식과 연꽃무늬 장식이 되어 있는 가로등이었다. 바닥에는 백제인 얼굴들과 연꽃 문양이 새겨져 있어, 백제 사찰로 가는 길을 안내해 주는 듯했다.

정림사지오층석탑은 백제 금동대향로와 함께 직접 보고 싶은 유산 중 하나였다. 실제로 보니 8m가 넘는 큰 탑이어서 멀리서 봐도 가까워 보였다. 균형미, 비례미가 돋보여 안정감이 느껴지는 탑이었다. 또 목탑 양식을 활용해 만든 석탑이라 커다란 돌로 만든 다른 석탑들에 비해 작은 돌들이 눈에 띄었다.

정림사지오층석탑에서 눈을 돌려 너른 정림사터를 마주하니, 이번 가을에 갔던 거돈사지와 흥법사지 등 폐사지 여행이 생각나서 처음이지만, 낯설지 않았다. 눈을 감고 잠시 옛 모습을 떠올려 봤다. 성왕이 백제 부흥을 위해서 사비로 천도한 뒤 도시 중심부에 만든 절이니 공을 많이 들였을 것이다.


터만 남은 정림사와 정림사지오층석탑이 쓸쓸해 보였다. 정림사지오층석탑의 또 다른 이름 ‘평제탑’ 때문이리라. 당나라 소정방이 백제를 평정하고 세운 탑이라고 새겨놓아서 한순간에 백제를 대표하던 사찰의 탑이 백제 멸망을 상징하게 되었다. ‘한성-웅진-사비’로의 천도, 한 국가의 흥망성쇠 과정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 갔다.

2015년 세계유산 등재 이후 ‘백제역사유적지구’를 매년 300여 만 명이 찾는다고 한다. 정림사지와 함께 ‘공산성, 송산리 고분군, 관북리 유적 및 부소산성, 나성, 부여왕릉원, 왕궁리 유적, 미륵사지’ 7개의 유적이 함께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연속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예쁘기도 했지만 오랜 세월 이름을 잃어버린 정림사지오층석탑을 기억하고, 7개의 유적을 다시 보러 오자고 자개로 만든 정림사지오층석탑 열쇠고리를 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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