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처럼
지난 주말에 오전 일정이 일찍 마무리되어 오후 약속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근처 도서관에 갔다. 1~2시간에 읽을 적당한 두께의 책을 고르다가 이호선 교수님의 책이 재밌다고 들은 게 생각났다. 대부분 대출 중이어서 남아 있던 <이제 나는 명랑하게 살기로 했다>를 읽었다. 그 책에서 능동적 여가와 수동적 여가를 비교하는 내용이 있었다. 운동, 악기 연주, 미술 등 집중력과 노력을 요하는 능동적 여가 활동을 하면 몰입 상태에 도달해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반면 텔레비전 시청이나 유튜브 시청 같은 수동적 여가 활동을 하면 일시적인 이완은 되더라도 몰입 상태에 이르지 않아 심리적 만족도가 낮다고 한다.
운동, 독서, 글쓰기, 피아노 연주처럼 지금 내게 성취감과 행복감을 주는 또 다른 여가는 드럼이다. 드럼은 새해부터 배우기 시작했는데 노력하는 만큼 실력이 느는 느낌을 받아 참 재밌다. 가죽패드에서 밸런스 연습을 마무리하고 처음 드럼에 앉았을 때, 킥과 하이햇 페달을 처음 밟았을 때, 하이햇과 라이드를 처음 쳐 봤을 때 설레고 기뻤다. 드럼을 배운 지 한 달이 채 안 되어 곡을 연주하지는 못해도 옆방 연습실에서 들려오는 멋진 드럼 소리를 들으면 미래의 내 모습 같아서 행복해진다.
아는 만큼 보이기도 하지만, 아는 만큼 들린다. 드럼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평소 듣던 노래들이 달리 들렸다. 예전에는 노래를 들으면 가사와 멜로디만 들렸는데 드럼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늘 그 자리에 있었던 드럼이었는데……. 가수의 목소리와 기타, 피아노에 가려 들리지 않던 드럼의 존재가 크게 다가왔다. 드럼이 메트로놈처럼 곡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것처럼 들렸다.
선율의 중심인 오보에를 돋보이게 도와주는 클라리넷처럼, 중성자를 흡수하여 원자력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붕소처럼. 드럼도 돋보이지는 않아도 곡에 꼭 필요한 존재다. 드럼처럼 묵묵히 제 자리에서 내 할 일을 다하는 사람, 티 내지 않고 조용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또 드럼을 잘 치려고, 큰 소리를 내려고 몸에 힘을 주면 몸만 아프다. 오히려 힘을 빼고 편하게 쳐야 몸에 무리도 안 가고 소리도 컸다. 기타와 피아노와 함께 할 때, 소리는 더 풍성해진다. 드럼을 연주할 때처럼, 몸에 힘 빼고 마음 편하게, 좋은 사람들과 신명 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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