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기쁨을 찾아
나의 장점을 한 가지만 꼽는다면 일상에서 기쁨을 잘 찾는다는 것이다. 가을에는 높고 푸른 하늘만 봐도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헤르만 헤세의 『삶을 견디는 기쁨』의 아래 문장들이 공감이 많이 되었다.
누구나 사소한 기쁨을 느꼈던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꽃이나 열매에서 나는 아주 특별한 향기를 맡는다든가, 눈을 감고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가만히 들어보는 것이라든가, 아이들이 조잘거리며 나누는 대화를 엿듣는 경험 같은 것 말이다. 어떤 노랫말을 흥얼거리거나 휘파람을 부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하루하루 살면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소한 일들과 그로 인해 얻은 작은 기쁨들을 하나하나 꿰어 우리의 삶을 엮어 나간다.
-헤르만 헤세, 삶을 견디는 기쁨
최근에 텍스타일 디자이너 히무로 유리의 ‘오늘의 기쁨’ 전시를 보러 갔다. 그런데 전시장을 찾는 게 일(?)이었다. 보통 전시 안내판이 잘 되어 있는데 작품 사진만 있고 가는 길이 적혀 있지 않았다. 그래서 그라운드 시소 한남점 내 어떤 가게 사장님께 여쭤봤는데 어디를 나가야 한다고 하셔서 지도에 의지해 전시장을 찾아 건물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런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면 전시장이 나와야 하는데 같은 ATM기만 세 번을 봤다. 분명 출입구는 달랐는데 같은 곳만 맴돌았다. 그나마 혼자 헤맨 게 아니어서 해리포터 킹스 크로스역의 9와 3/4 승강장처럼 신비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15분 정도 헤매다가 가까스로 꼭꼭 숨겨진 ‘오늘의 기쁨’ 전시장을 찾아 무척 기뻤다. 이런 걸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기쁨이 피어나는 정원(챕터 1)부터 유리의 방(챕터 8)까지 8가지 챕터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표현 기법은 겉면의 실을 자르면 새로운 무늬가 드러나는 '스닙 스냅'이었다. 땅‧하늘‧바다를 스닙 스냅 기법을 활용해 역동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하나 같이 참신하고 예뻤다. 스닙 스냅기법을 응용해 리플릿을 뚫어보는 체험도 ‘오늘의 기쁨’이 되었다.
유년 시절, 유학 시절의 추억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들이라 디자이너 히무로 유리가 느꼈던 기쁨이 작품을 보는 우리들에게도 전해진다.
챕터별로 한 번씩 돌아보고 좋아서 거꾸로 다시 보고 나왔다. 최근에 본 전시 중에 가장 생동감 있고 독창적이며 긍정적인 힘을 주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전시장을 찾는 건 어려웠지만, ‘오늘의 기쁨’을 찾는 일은 쉽다. 푹 자고 개운하게 일어난 것,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출근하는 것, 그날의 업무를 잘 처리하고 동료와 잠시 산책하거나 담소를 나눈 것, 퇴근 후 푹 쉬는 것, 운동이나 악기를 배우는 것 등 찾으려고 하면 주위가 온통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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