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난 그 시절 '다다닥'이란 타자 채팅 프로그램에서 처음 만났었다. 당시 동갑이었던 우린 서로 친구를 하기로 했는데... 900타 이상이 나오는 날 보고선 남편은"친구 안 할래!!"했었다. ㅋㅋ~ (다다닥은 일반 타자 프로그램에 비해 1~200타 이상이 더 나온다.)
"그래요~ 이제는 친구가 아니라 마누라가 되어버렸죠~^^"
그러다 우린 만나게 됐고... 서로가 첫눈에 반해 만난지 3일 뒤인 두 번째 만남부터 사귀게 되었고...
서로 너무 좋아했지만, 난 결혼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다.
남편이 진주 집에 내려간 동안 우리는 계속 타자방에서 타자도 치며, 다른 사람들과 얘기도 하며 그렇게 만남을 이어왔는데...
어느날, 타자방의 동생이 물어왔다.(지금도 그 동생과 20년 동안 연을 이어오고 있다.)
"두 분은 언제 결혼하실 거예요?"
그 물음에 "난 결혼할 생각이 없는데?"라고 했더니...
남편이 엄청나게 버럭 성질을 내고 타자방에서 나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황당했다. '이게 뭐지?', '이 사람은 나랑 결혼할 생각이었던 건가?', '그럼 난 어떻게 해야 하지??'
나도 바로 타자방을 나와서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왜 그렇게 화가 났느냐고... 일단 남편이 얘기했다.
"화낸 건 미안한데 난 너랑 결혼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어."라고...
나랑 결혼하려 했던 남편... 나는 좀 혼란스러웠다. 난 독신주의자였는데... '나 이 사람하고 결혼해야 하나?', '만난지 얼마 안 됐는데 이 사람은 벌써 나와 결혼하려고 생각을 했나?', '내 뭐를 보고 결혼까지 생각했을까?'
결국 들은 생각은 '아... 나 이 사람하고 결혼해야겠구나... 날 이렇게까지 사랑해주는데...'였다.
(p.s. 2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는데 사실 그때 남편이 화가 났던 것도 있지만 그보다 내 생각을 바꿔 놓으려고 계획적으로 저질렀던 일이었다고 한다. -_-;;;)
그렇게 만난지 거의 1년이 되어갈 무렵 어느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아빠가 주위에서도 보니 연애가 너무 길어지면 헤어지는 경우가 많더라~ 그러니 너도 좋은 사람 만났을 때 어서 결혼해라~"라고...
난 대성통곡을 했다!! 물론 지금 남편과 결혼하려 했지만 아직 27살의 나이에 결혼이라니... 왠지 날 집에서 쫒아내려 하시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가 우는 소리를 듣고 저 멀리 안방에서 주무시던 엄마께서 오셔서 "여보!! 무슨 일이에요?"하셨다. 아빠는 황당해 하시며 "아니, 난 결혼 시켜주겠다고 한 건데..." 엄마도 황당하신지 "넌 결혼 시켜주겠다는데 왜 이러냐?"하시고... 참 나도 별난 여자인 것 같다. ㅋㅋ~
그 다음부터 부모님은 결혼하란 말씀을 안 하셨고... 그렇게 우린 8년이라는 긴 연애 끝에 결국 결혼했다~
어느날 옷을 사러 갔던 옷가게 사장님이 우리가 8년을 연애하고 결혼했다 했더니 남편더러"어머~ 너무 의리있다!!"라고 하시더라. ㅎㅎ~
8년 연애하고 결혼해서 느낀 건, 결혼하니 왠지 심신이 안정된다는 기분이다. 그만큼 좋다!! 비록 신혼 초에 많이 싸우긴 했지만 그것도 일종의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커플들~
서로가 사랑하는 배우자를 만나서 결혼을 하고 서로를 아껴주며 살게 된다면 훨씬 좋을 거예요~ ^^*
물론 결혼 후 둘이서 얼마나 그들만의 평지풍파를 잘 헤쳐 나갈수 있느냐에 달려 있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