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남편과의 꿈같은 연애(3)

내 남편 탐구 생활 42화

그렇게 언니의 지인인 연주회에서 부모님을 처음 뵈었고 다음은 남편이 우리집에서 첫 식사를 할 차례였다. 


2,3층 방을 치우고 정돈하고... 나도 남편이 집에 온다니 너무 설레였다~


내 방 스타일은 그닥 여자방 같지가 않았다. 미니멀 라이프 스타일인 난 인형이나 큐티큐티한 걸 별로 안 좋아했기에, 유일하게 여자방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건 향수 모아놓은 게 다였다.


그날, 고기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서 임신까지 한 언니가 비프 스테이크를 할 테니 좀 도와달라고 부탁했기에 도와주려 부엌에 갔더니 엄마께서

"집안도 좀 치워야 하니 넌 밖에 나가서 oo이와 같이 차 한 잔 하고 이따 들어와~"하시는 게 아니신가!! '어?!! 나 언니 도와줘야 하는데...'


엄마의 명령 아닌 명령에 난 옷을 주워입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언니가 "야! 너 어디가!!" 했었다. "언니... 미안하지만 엄마가 밖으로 나가래~ ㅠㅠ" 오븐 앞에서 주방 장갑을 끼고 부엌 바닥에 앉아있는 언니를 보자니 짠~ 했지만 어쩌겠는가... 나가라시는데...


전에 내가 남편을 만났다가 갑자기 혈압이 올라 뻗어서 쓰러졌던 '사과나무' 커피숍에서 남편과 나는 차와 커피 한 잔 씩을 마시며 얘기를 하다 드디어 엄마께 연락을 받고 집으로 가게 되었다.

딩동~ 딩동~

"어서 들어와요~"라고 반갑게 맞아주시는 엄마께 인사를 드리고 남편은 내 안내로 당시 3층 집이었던 우리 집을 한바퀴 둘러보고 다시 1층 주방으로 가게 되었다.


저녁 메뉴는 언니의 화려한 비프 스테이크~

난 먹어본 적이 꽤 있지만 남편은 처음이었단다. 큰 고기 덩어리를 남편에게 먼저 주시고 식사가 시작되었다. 엄마도 신경을 쓰셨는지 여러가지 반찬들이 있었다.


사위될 사람은 잘 먹어야 된다는 말을 신경 썼는지 울 남편 그때 배가 터질 만큼 참 잘도 먹었다. 지금에 비하면 3~4배 정도는 더 먹었던 것 같다. 그렇게 이야기도 나누며 맛있는 음식들도 나누며... 나로선 한없이 즐겁고 감사한 시간이었는데...


문제는 내가 미처 얘기를 못해줘 우리집 식사 메뉴얼을 남편이 몰랐던 거다~

울 집은 특히나 손님이 오면 식사 후 과일과 차가 기본적으로 제공된다. 거기다 아버지께서 식사 후에 거실에서 "한 잔 하게."하시며 발렌타인 위스키와 안주를 들이신 것이다. 


남편은 배가 찢어질 정도로 식사를 했는데 식후 과일이 나오는 것을 보고 식겁했다 한다. 겨우겨우 과일을 먹었더니 다음엔 술과 안주...

극한의 경험이었단다. ㅋ~


식사 후 2층 내 방에 들어온 남편의 말...

"방이 심플하네~"

"뭐, 내가 워낙 그런 사람이에요~ ^^"


이때까지가 내가 남편과 만난 10월까지의 기억이다. 물론 그 이후도 다 기억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컴퓨터 문제나 우리 집의 이런저런 일들을 도맡아 해결해 주면서 우리 집에서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존재가 되어버린 남편이다.


에휴~ 그때처럼 남편이 잘 먹었으면... 한때 83kg까지 나갔었던 남편은 지금 187cm의 키에 몸무게는 60kg밖에 나가지 않는다... 올 한해도 10kg 찌는게 목표였지만 오히려 3~4kg이나 더 빠져 버렸다... ㅉㅉ~


꿀물~ 우리 연애 초반 때 체격으로 제발 좀 돌아가요~ ㅠㅠ


(남편과의 꿈같은 연애편 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