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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기련 무소주부 May 21. 2023

남편 친구였던 쓰레기 같은 사람!!

내 남편 탐구 생활 48화

우리가 결혼을 하기로 결정하고 부모님들께서 결혼식 날짜를 잡은지 얼마 안된 과거의 시점이다. 

'호사다마'라고 이상한 일들이 내게도 좀 일어났다. 


물 마신 병을 어느 건물의 쓰레기가 있는 곳에 버리자 지나가던 아줌마가 "아가씨! 거기 쓰레기 버리는 곳 아니야!!"하질 않나... 한복 맞추러 간 한복집 건물 수위 아저씨가 나한테 지랄을 하질 않나... 


단연 최고는 남편의 대학교 때 친구였다.

대학 선배와 동기 두 명을 초대해서 난 정성껏 음식을 해서 술상을 줬고... 남편과 선배, 동기 한 명은 먼저 자게 됐는데...

술이 약하다는 동기 한 명이 잠들질 않고 나와 술을 마시게 된 것이다. 


그 친구는 결혼식을 한 달 앞둔 나에게 남편이 전번에 만났던 여자친구의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TV에 갖다 놓으면 그냥 아이돌이었다느니, 탤런트라느니... 친구라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까지 하며 새벽 내내 지칠 줄도 모르고 신이 나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 여자 자랑을 했다. 


*참고로 남편은 그 여자가 먼저 좋아한다고 해서 사귀게 되었지만 결혼할 생각도 없었을 뿐더러, 주걱턱이라 마음에 안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동기인 그 친구는 주걱턱조차 사랑스러웠나 보다~


난 속으로 생각했다. '니가 어지간히 그 여잘 좋아했나 보구나... 그래, 어디 할 때까지 해봐라...'

정말 어디까지 하나 해서 계속 들어주었더니 아침 햇살이 비추는데도 그 친구는 그칠 줄을 몰랐다. 


남편이 얘기했듯 난 여자치고 술이 센 편이다. 결국 그 친구가 먼저 뻗었고, 그때 일어난 대학 선배와 다른 동기의 아침 식사를 챙겨주고서 배웅을 한 뒤 뒷정리를 하고 잠을 청했다. 


오후에 일어나니 모두 가고 없길래 난 남편에게 얘기했다. 그 사람 대체 뭐하는 사람이냐고!! 그게 지금 결혼 한 달 앞둔 신부한테 할 말이냐고!! 얼마나 좋아했으면 아침이 밝도록 계속 얘길 하냐고!! 


남편도 많이 당황한 눈치였다. 걔가 그럴 줄은 몰랐다며 정말 미안하다고 남편이 내게 사과했다. 


나나 남편이나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사람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라면 나도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전번 여자도 나와 키가 비슷하다고 들었는데 나보다 작아서 165cm도 안 되는 네가 눈에 들어왔겠니? 


친정 집에도 하도 어이가 없어서 얘길 했다. 그랬더니 오빠가 "oo야~ 결혼할 때 주위에 별 미친놈들 많다~ 오빠도 겪어봤다."라고 말해주었다. 


결혼한 지 10년이 넘도록 어쩌다 그 친구 얘기가 나오면 생각할 때마다 용서가 안 되길래, 난 남편에게 그 사람과의 연을 부디 끊어달라고 부탁했다. 메세지를 보내니 그 사람 왈 '난 우리가 관심있던(남편은 그 당시 동기 3명과 자취를 했었다) 그 여자가 널 택했다는 자랑을 해주려고 한 거였어.'란다~ 그러면서 내게 그렇게나 강력하게 전번 여자가 원래 좋아한 건 남편이 아니라 같이 자취하던 다른 친구였다는 얘기 따위를 입에 담냐? 너 친구 맞냐?!! 


웃기고 자빠졌네~ 그렇게 남편 자랑을 해주고 싶었다면 남편에 대한 자랑을 해야지 왜 그 여자 자랑질을 내 앞에서 하고 있단 말인가~ 하도 끝까지 지저분하게 나오기에 내가 직접 메세지를 보냈다. 친구라면서 옆에서 음흉한 생각이나 품고 있는 당신같은 사람 잘라내서 다행이라고!! 


기독교의 교리엔 하루에 일곱번씩 일흔번이라도 용서하라는 말씀이 있다... 나도 언젠간 그 친구를 용서해야겠지... 차라리 연을 끊고 나니 용서할 마음이 조금은 생기는 것 같다. 


결혼 앞두고 있는 여러분들~

정말 '호사다마'라고 결혼 전 별별 일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저희와 같이 믿었던 사람에게 이런 경우는 안 당하시길 바래요~

현명하게 잘 헤쳐나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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