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후편(2화)
* 신혼집 장만하기 또는 이사하기
신혼생활을 함께 할 집을 구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집을 사서 들어가는 것이든, 전세든, 월세든 각자의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떻게든 좋은 집을 구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발품을 많이 파는 것과 운(運) 때가 맞아주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
발품을 팔아 돌아다니다 보면 정말 너무나도 다양하고 때로는 희한한 집들도 많이 보게 된다.
기껏 고르고 골라서 들어갔더니 윗집 층간소음이 너무 심하다거나 도배를 새로 해 놔서 몰랐는데 벽에 누수로 인해 곰팡이가 생기는 등 생각하지도 못한 많은 변수들이 생길 수도 있다.
우리 부부는 과거 믿음이 좋은 주인집에 월세로 살 때 회사에서의 승진, 월급인상 등 좋은 일들이 많았던 곳에서도 살아 봤었고 와이프가 2년이 넘도록 다른 곳에 있을 땐 멀쩡한데 그 집에 있을 때에만 와이프가 매일같이 환청, 환각에 시달릴 정도로 정말이지 말로 표현하기도 힘든 이상한 집에서 살아 본 경험도 있었다.
1층이 주차장인 빌라 2층에 살게 되면 겨울에 난방비가 많이 들 수 있고 꼭대기 층에 살게 되면 여름철에 무지 더울 수 있으며 오래된 아파트의 고층에서 살게 되면 수압이 약해서 물이 세게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듯 고르고 고른 좋은 집이라도 어느 곳에 어떠한 문제가 있을지 모르니 보다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것이 좋겠다.
집 계약이 처음일 경우 하자가 있는 집이 아닌지 구별하는 방법, 계약서 작성 방법, 복비는 얼마 정도 드는지, 특약사항으로 작성할 사항은 없는지 등 전반적으로 알아봐야 할 일들이 많다. 게다가 자식이 있다면 집 주위에 어린이집, 학교 유무를 따져봐야 하는 등 알아봐야 할 일들이 더 많이 있을 것이다.
우리 부부는 둘 다 아파트를 싫어하고 집으로 투기를 하는 것도 선호하지 않아서 지금은 엘리베이터가 있는 6층짜리 빌라 6층에서 살고 있는데 사방으로 산도 보이고 층간소음 걱정도 없으니 자식 없이 우리 두 부부가 평생을 살기에도 딱 알맞은 듯하다.
집을 구하기 전에 지인들이나 인터넷에서 체크 리스트를 꼼꼼히 알아보고 집을 보러 다닐 때도 어플 등을 활용해 집집마다의 체크 리스트를 작성해 두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처음에 돈이 더 들어 힘들더라도 부부가 꼭 살기를 원하는 지역에서 첫 터를 잡는 것을 추천한다.
예를 들어 서울에 살고 싶었으나 형편이 모자라 경기도에서 첫 터를 잡고 살다가 나중에 돈을 더 모은 후 서울로 오고자 했던 사람들이 결국 서울로 오지 못하고 첫 터를 잡은 곳에서 거의 평생을 사는 케이스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이사업체를 알아볼 때에도 이사업체 역경매 어플 등을 최대한 활용하여 보다 싸고 잘 해 주는 업체를 찾아봐야 할 것이다. 양가 부모님들께 여쭤보면 당신들께서 평생 이용을 해서 잘 아시는 이사업체나 부동산 사장님이 있을 수도 있다.
한번 좋은 인연을 맺은 이사업체에 이사 때마다 믿고 맡길 수 있다면 매번 더욱 저렴하게 이사를 할 수 있고 좋은 서비스도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집들이는 적당히, 갑자기 집으로 사람들을 데리고 오지 말자
우리 부부는 한 해에만 집들이를 열두 번 이상 해 본 적이 있다. 이는 어릴 적부터 사람들을 집으로 데리고 오기를 좋아하는 나의 성격 때문이었다.
결혼식 후 처음 두 번의 이사를 하는 동안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사장님 포함 직원들을 데리고 집들이만 두 번을 했다.
그 당시 주변에서 결혼을 했거나 이사를 하더라도 집들이를 잘 하지 않는 분위기였고 설령 집들이를 하더라도 맞벌이 부부들이 많다 보니 직접 음식을 준비하는 일은 드물고 배달 음식들을 통해서 치르는 경우가 잦았지만 나의 와이프의 성격상 매번 집들이를 할 때마다 배달 음식 하나 없이 이틀 전부터 직접 손수 음식들을 준비하고 만들어서 말 그대로 잔칫상을 내어 주었다.
집들이 음식을 준비할 때에는 1차용, 2차용, 그리고 디저트용으로 준비하고 우리 집에서 자고 가는 손님이 있을 경우 다음날 해장을 위한 아침밥상까지 생각해서 준비를 해 주기에 내게는 참으로 고마운 와이프이다.
처음에 좀 과할 때에는 각기 다른 열여덟 가지 요리 상도 준비를 해 준 적이 있었는데 이를 보고 몇몇 친구들은 내게 왕처럼 살고 있다고 하며 부러워했던 친구들도 있었다.
그렇게 한해에만 열두 번의 집들이를 하다 보니 결국 와이프가 병이 났다. 모든 무리하면 탈이 나게 마련인 모양이다. 이제는 거의 이사할 일도 없을뿐더러 와이프가 무리해서 힘들어한 이후로 지금까지 더 이상의 집들이는 하려 하지 않고 있다. 다만 가끔 친인척이나 와이프도 아는 나의 지인들 1~3명 정도 소규모로 초대를 하여 좋은 자리를 이어 나가고 있는 중이다.
TV에서 보다 보면 결혼한 남자가 밖에서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자신의 집으로 가서 한잔 더 하자고 사람들을 데려오는 간 큰 남자가 있는 모양인데 여자들은 집에 사람들을 초대할 경우 본인의 상태, 집 안의 청결 상태, 내어줄 음식 준비(재료가 없을지도 모른다.) 등 신경을 써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와이프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갑자기 집으로 친구들과 함께 들이닥친다면 어떤 상황이 펼쳐지게 될지는 뻔한 이야기일 듯하다.
때가 되면 제꺽제꺽 집에 귀가를 하는 것이 옳은 일이지만 살면서 불가피하게 한잔 더 해야 한다면 집으로 데리고 들어갈 것이 아니라 차라리 와이프에게 양해를 구하고 근처 모텔에서 마시다 뻗어서 잠드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다음날 와이프와의 일전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것이 가장 좋은 법이고 지나치면 탈이 날 수 있으니 눈치껏 잘 하도록 하자.
[박마담 Tip]
불가피하게 집으로 사람들을 부르려거든 최소한 이삼 일, 아니 일주일이나 한 달 전부터 미리 와이프에게 허락을 구해 두는 것이 현명한 처사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