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과 첫날밤에 대하여(우리 부부의 에피소드)

결혼식 후편(1화)

* 우리 부부의 결혼식과 신혼여행 에피소드


2010년 8월 21일. 우리 부부가 다니고 있는 ○○교회 본관에서 우리 부부도 8년 연애의 종지부를 찍고 우여곡절 끝에 결혼식을 거행하였다.

그해 8월 한 달간 연일 비가 내렸었는데 유독 우리 결혼식 당일만큼은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무더운 여름 날씨였다.


많은 하객들이 모인 자리였고 특별히 긴장한 것도 아니었지만 “신랑 입장!”이라는 말에 나는 ‘씩씩하고 당당하게 걸어 나가야지…’ 하며 성큼성큼 걸어 나갔는데 입장곡 템포와 맞지 않게 너무 빨리 걸어서 나아가게 되었다.

‘아, 신랑의 걸음걸이에도 입장 반주에 맞는 적당한 속도와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이후 신부가 입장을 하여 내 옆에 기대어 섰는데 어색한 높은 굽의 구두와 전날 밤샘의 영향인지 와이프의 무게중심이 온통 내게로 쏠렸고 목사님께서 주례사를 하시는 동안 둘 다 바들바들 떨고 있는 것을 보시고 신부가 긴장을 많이 한 것 같으니 신랑이 잠시 신부를 안아주고 자세도 추스리라고 하셔서 우리는 다행히 전보다 나은 자세를 취할 수 있었다.

결혼식 중에는 둘이 붙어서 한참을 서 있어야 하는데 서로가 편안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일인 것 같다.


그렇게 결혼식 축가, 기념촬영, 폐백, 하객 인사, 식사까지 마치고 회사 동료들이 꾸며준 웨딩카를 운전하여 신혼여행지인 병천으로 가는 내내 전날 밤 잠을 제대로 못 잔 이유로 휴게소마다 들려서 쉬며 쉬엄쉬엄 갔다.

숙소에 도착해서는 짐을 정리하고 곧바로 오늘 결혼식에 참석해 주신 분들에게 한 번 더 문자메시지를 통해 고마운 마음을 전해 드렸다.

결혼식전에도, 피로연장에서도 돌아가며 인사를 나눴지만 무더운 여름 날씨에 먼 곳까지 힘들게 찾아주신 분들인데 축하해 주셔서 감사하고 잘 귀가하셨는지, 준비한 음식은 입에 맞으셨는지, 기타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등을 여쭙는 것은 형식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필수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신혼여행을 병천으로 갔던 이유는 오직 하나였다. 그동안 우리는 ‘병천순대’를 너무 좋아해서 서울에 있는 수많은 병천순대 음식점들을 와이프와 함께 돌아다니며 먹어 봤었지만 이번 기회에 직접 병천에 가서 원조 병천순대를 같이 먹어보기 위함이었는데 우리에게는 기대 그 이상의 맛을 선사해 주었다.

병천순대를 좋아하는 사람들로서는 우리가 방문했던 ‘청○집’ 또는 병천의 다른 맛집을 방문하여 한번 제대로 된 병천순대의 맛을 보게 된다면 다신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나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오래전에 서울의 한 병천순대 음식점에서 포장을 해 와서 지인에게 맛을 보여 주려 했지만 자기는 직접 병천에 가서 먹어본 적이 있다고 하며 한사코 먹기를 마다한 적이 있어서 의아해했었는데 그제야 그 말뜻을 이해할 수가 있게 되었다.

이후에 알았던 사실은 여름철을 제외하고는 택배 배송이 가능했었다는 것인데 작년에 다시 방문했을 때 물어보니 더 이상 택배 배송은 하지 않는다고 하여 아쉬운 마음이다.


우리의 신혼여행 중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병천에 가면 순대를 먹는 것 외에는 할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마냥 즐거운 신혼여행을 다녀왔다고 생각한다.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하든 둘이서만 좋으면 그만이 아니겠는가?


p.s.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해외로 신혼여행을 나가기 어려운 시국이 되었지만 조속히 종식될 수 있기를 바라며, 어디가 되었든 행복한 신혼여행을 즐기고 올 수 있기를 소망한다.

또한 나의 경우 아직까지 단 한 번도 해외로 나가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해외로 신혼여행을 가게 될 경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점 양해를 바란다.




* 신혼여행과 첫날밤에 대하여


예로부터 남자든 여자든 누구나 어릴 적부터 첫날밤을 꿈꿔왔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결혼 후 첫날밤이, 둘 사이에 첫날밤이 아닌 경우가 다반사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을 하고 첫날밤을 치룰 정도의 사이라면 속된 말로 이미 알 거 다 아는 사이가 아닐까 싶다.

탓을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이서 결혼까지 올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진심으로 대단하게 생각하는 바이며 박수를 보내 주고 싶은 마음이다.


이유야 어쨌든 여자들에게는 신혼 첫날밤에 대한 로망이 있는 것 같다.

남자는 신혼 첫 관문인, 첫날~첫밤을 무난히 넘겨야 훗날에 별 탈이 없을 것인데 그러면 남자는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 여자의 로망을 채워 주든가, 또는 그렇게 해 주지 않든가 말이다.

후자를 택했다면 굳이 해 줄 말은 없고 스스로가 잘 알아서 헤쳐 나가길 바랄 뿐이다. 전자의 경우에도 여자마다 천차만별이다 보니 이 또한 내가 해 줄 말은 별로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결혼식을 치르고 신혼여행을 왔다고 해서 게임이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막 베타 테스트를 마치고 그랜드 오프닝을 한 본 게임에 첫 로그인을 하고 있는 것임을 절대로 잊지 말기를 당부한다.

둘만의 결혼생활이 이제부터 시작된 것이니 만큼 절대로 방심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신혼여행에서 자칫 자그마한 언쟁이나 술로 인해 커다란 파경을 맞이할 수도 있으니 조심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리 준비했던 신혼여행 계획과 좀 어긋나더라도 여자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있다면 그냥 같이 해 주고 내가 하고 싶은 것 중 여자가 하기 싫어한다면 내 기분은 좀 언짢을 수 있겠지만 다음에는 꼭 같이 해 보기를 약속하고 ‘쿨~’하게 포기해 주자.

평생에 한번 있을 결혼 후 첫 신혼여행지에서 내 감정이 상한 것을 추스르는 것이 쉬운 일인지, 와이프의 감정을 상하게 해놓고 풀어 주는 것이 쉬운 일인지를 한번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신혼여행 때부터 여자의 기를 잡아야 한다는 둥 어리석은 일들은 제발 하지 않기를 당부한다.


그렇게 신혼여행의 첫날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와서는 바로 잠자리를 갖기보다는 와인이나 티타임을 가지면서 오늘의 즐거웠던 순간들을 상기하며 당신과 함께라서 너무 행복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해 주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둘이서 펼쳐나갈 앞으로의 행복한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것도 좋겠다.


모든 부부가 행복한 신혼여행을 보내고 오길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지만 신혼여행 중에 다소 삐거덕거리는 부부가 있을지도 모르니 남편들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

신혼여행을 4박 5일로 갔다면 5일만, 9박 10일로 갔다면 눈 딱 감고 열흘만 몸에 사리를 만들고 도를 닦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참고 봉사를 해 보자.

내가 그깟 5일, 10일을 못 참아서 평생 동안 와이프에게 똑같은 레퍼토리의 잔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끝으로 술은 항상 화근을 만들 소지가 있기 때문에 신혼여행 시 둘 다 술을 너무 과도하게 마시지 않는 것도 마지막으로 주의해야 할 사항이 되겠다.

Have a nice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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