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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내가 한 음식 맛이 어때?

와이프에 대한 처세술(9화)

* 여보~ 내가 한 음식 맛이 어때?


내 여자가 지금 나를 위해 요리를 해 주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누군가가 나를 위해 음식을 해 준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참으로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 물론 맛까지 좋으면 금상첨화겠지만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여자는 맛있게 만들어 보려고 여기저기서 레시피도 찾아보고 연습도 해 보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도 모른다.


남자는 기다렸다가 먹어 주면 그만이다? 아니다. 내 여자가 음식을 하는 동안 남자도 준비해야 할 일이 마인드 컨트롤이다.

‘이건 무조건 맛있는 것이다.’

설령 맛이 없고 음식에서 돌이 씹히더라도 나의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어야 한다. 다만 맛있는 정도의 차이에 따라 대답의 뉘앙스가 다를 뿐이다.

“으음, 맛있네~”와 “와~ 진짜 맛있어! 어디 가서 요리 배우고 왔어?” 이 정도의 차이가 아닐까?


어릴 적 보았던 외국 영화에서 젊은 연인이 나왔고 여자 주인공이 나쁜 남자 주인공에게 소심한 복수를 할 심산으로 집에서 음식을 정말 누구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맛없게 내온 것을 그 나쁜 남자 주인공이 맛있게 먹어주며 “맛있다, 맛있다.”고 계속 이야기를 해 준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여자 주인공은 그 옆에서 아무런 말도 못하고 울고 있었다.


그동안 내가 와이프에게 커피만 타 주고(그래서 내 별명이 ‘박마담’이 되었다.) 라면, 볶음밥 정도만 해왔던 나였지만 40대가 되어서 이것저것 음식을 만들어 보는 것에 재미가 들리게 되었는데 내가 직접 음식을 만들다 보니 내가 한 음식을 상대방이 맛있게 먹어 줄 때는 정말 그 희열(?)이라는 것이 있다.

이 맛에 요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TV에 나오는 유명한 쉐프들도 자신의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고 이야기를 들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이야기처럼 아무리 처음에는 음식을 못하더라도 “우와, 이번이 훨씬 나은데?”, “왜 이렇게 잘 해?”라고 칭찬을 해 주면 아마 당신은 다음번에 보다 업그레이드 된 요리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박마담 Tip]

변수적인 상황으로 아무리 노력을 해도 발전이 더딘 여자에게 조심스럽게 “지금도 맛있지만 다음번에는 이렇게 해 보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정도로 이야기를 해 주면 다음번에는 보다 나은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와이프의 요리 능력을 끌어올려 주는 것은 본인의 의지와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남편 하기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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