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기련 무소주부 May 23. 2023

주방에 여자가 둘이면?

와이프에 대한 처세술(12화)

* 주방에 여자가 둘이면?


주방에 여자가 둘이면 부딪히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내가 혼자서 처음 서울에 올라와서 자취를 하고 있을 때부터 지금 나의 와이프와 많은 시간을 함께 생활하고 있었는데 한번은 경상남도 진주에 살고 계셨던 나의 어머니께서 그 당시에 올라오셔서 우리 집 청소뿐 아니라 어머니의 스타일대로 주방을 뒤엎어서 정리까지 다 해 주고 가신 적이 있었다.

물론 당시 나의 어머니께선 우리가 '반동거' 중임을 모르셨다.


어머니께서 다녀가신 후 나의 와이프가 다시 자신에게 맞게 주방 정리를 새로이 하는 것을 보고 ‘아, 이래서 주방에 여자가 둘이면 힘든 것이구나.’ 하며 깨닫게 되었다.


음식 준비를 신속하게 하려면 주방에서 자신이 필요한 용품을 바로바로 쉽게 찾아서 쓸 수 있어야 하는데 여자들마다 물건을 놓는 배치가 저마다 다른 것이다.

남의 집 주방에 가서 내가 직접 라면을 끓여 먹는다고 생각해 보면 라면과 냄비가 어디에 있는지부터 찾아봐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남자들의 입장에서는 '내가 사용하는 컴퓨터의 폴더와 파일들을 다른 사람이 와서 갑자기 모두 뒤집어 엎어 놓고 갔다!'라고 생각하면 더욱 이해가 빠를 것이다.


결혼을 하고 와이프와 둘이서 한집에 살고 있고 평소에 와이프가 음식을 해 주고 있다면 내 집 주방의 주인은 오롯이 와이프가 되어야 한다.

나의 어머니뿐 아니라 나의 할머니께서 우리 집에 오신다 해도 건드려서는 안 될 영역이 있고 '주객전도' 되어선 안 될 것들이 있다.


그럴 일은 거의 없을 테지만 만일 내 부모님께서 그 선을 넘어서려 하고 있다면 와이프를 위해 남자인 내가 커버를 해 줘야 한다. 이것은 설령 나의 부모님 돈으로 구하게 된 집일지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이런 일로 와이프가 직접 나서서 나의 부모님과 맞서게 된다면 자칫 일이 커질 수도 있게 될 테니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와이프와 같이, 또는 내가 와이프를 위해 요리를 해보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