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여보~ 기억 안 나?

와이프에 대한 처세술(15화)

* 여보~ 기억 안 나?


‘가장 놀라운 기억력은 사랑하는 여자의 기억력이다.’라는 프랑스 작가 ‘앙드레 모루아’의 말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관련된 디테일한 기억력은 웬만해서는 남자가 여자를 따라가기가 힘들다.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와 지난 주말 데이트를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는 알아도 그때 여자의 옷차림, 화장 상태 등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하고 있는 남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나의 와이프는 이미 20년 가까이나 지난 우리의 첫 만남부터, 날짜별로, 순서대로, 몇 시쯤, 어디서, 뭘 하고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심지어 그날그날에 내가 입고 있었던 옷까지도 기억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내게 "기억이 안 나?"냐는 위험한(?) 질문을 던져오면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 당연하지만 나는 당황하지 않고 슬기롭게 “당신, 그날 참 예뻤다. 내 기억은 그게 다다. 끝!”이라고 이야기를 해 준다. 나로서는 와이프에게 이 정도로만 대답해도 돌발적인 위험한(?) 상황은 모면할 수 있는 편이다.


나도 남자지만 남자들의 생각은 참 단순한 것 같다. 어릴 적부터 친구들에게 애인이 생겼다고 하면 남자들은 오로지 딱 한 가지 질문만을 던진다.

“예쁘냐?”

학창시절에도 소개팅을 하고 오면 남자들은 오로지 딱 한 가지 질문만을 던진다.

“예쁘냐?”

물어보는 입장에서는 당사자에게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어떤 사람인지, 서로 잘 맞는지 등은 관심이 ‘1’도 없다. 당사자인 남자 입장에서도 데이트 당시 여자의 옷차림, 화장 등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을 잘 해내지는 못한다.


보통의 경우 남자가 여자보다 주차를 잘 하는 것처럼 여자들도 남자들이 상대적으로 못하는 것을 인정해 주는 공감대가 서로에게 형성되면 좋다.

상대 여자가 남자의 이런 성향을 모르고 있다면 알 수 있을 때까지 이해를 시켜 줘야 한다.

그래야 서로가 덜 피곤할 것이다.



[박마담 Tip]


젊은 시절 나는 와이프에게 내가 회사에서 하루종일 얼마나 많은 머리를 사용해야 하고 얼마나 많은 것을 기억해야 하는지를 상세히 설명을 해 줬더니 그제서야 왜 자신에 대한 것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지 이해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사람마다 기억을 할 수 있는 용량은 다르겠지만 내 머릿속의 기억 용량 중 절반 이상은 이미 회사나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기억들로 가득 채워져 있으니 와이프에 대한 것을 다소 잘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좀 봐 달라고 양해를 구해 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당시에 기억을 해 둬야 할 일이라고 생각이 들면 사진을 찍어 두든지, 핸드폰 메모장이나 카카오톡 내게 쓰기에라도 적어 두고 있다. 시간이 지난 후에 와이프가 이것을 기억하고 있는지 물어올 때가 있을 수도 있다. 그때 적어 놨던 메모나 사진을 보여 주며 “그렇지 않아도 잊지 않으려고 이렇게 저장해 놨다!”라고 해 준다면 당장에는 생각이 나지 않더라도 여자 입장에서도 이해를 해 줄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보~ 나 도로 주행 연수 좀 시켜 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