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해도 참 까탈스럽기 짝이 없는 나의 입맛이다.
가리는 음식 없이 와이프가 해주는 음식이 무엇이든 잘 먹는 남편이라면 이 글을 패스하는 것이 좋다.
나처럼 가리는 음식이 많거나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쓴 글임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매일같이 남편의 식사를 챙겨주고 있는 여자들 입장이라면 ‘무슨 음식을 어떻게 준비해줘야 남편이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것도 고민거리일 수 있다.
나는 와이프에게 가급적이면 내가 먹을 음식에 대해서 걱정 안하도록 만들어 주려고 노력한다. 아니, 어떻게 보면 와이프가 도저히 내 까다로운 입맛을 맞출 수가 없어서 이렇게 굳어져 오게 된 듯싶다.
내가 워낙 가리는 음식들이 많고 그날그날 먹고 싶어하는 음식도 천차만별이다 보니 주말 점심과 저녁, 그리고 평일에도 퇴근 후 저녁식사 메뉴는 내가 미리 정해서 알려준다.
(혼자서 라면 한 개를 끓여 먹으면 배불러서 다른 것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양이 적은 나로서는 주말 점심과 저녁을 맛있게 많이 먹기 위해 아침 식사는 거르고 있다.)
참고로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과거의 내가 먹지 않았던 음식들을 대충 나열하자면 해산물과 참치를 제외한 모든 생선류, 닭/오리/개/말/염소 및 기타 조금이라도 냄새가 나는 고기들과 혐오식품, 과일, 야채/채소류, 견과류, 잡곡 등 몸에 좋다는 거의 모든 것을 먹지 않고 오직 소/돼지고기와 인스턴드 등 몸에 좋지 않은 것들만 먹고 살아 왔었다.
게다가 입도 엄청 짧은 편이라 한두번 맛있게 먹은 음식은 남았더라도 물려서 계속 먹지를 못한다.
내가 생각해도 참 까탈스럽기 짝이 없는 나의 입맛이다.
우리 부부는 함께 보낸 지난 19년간 여행을 제외하고 외식을 한 횟수가 많아야 두자릿수를 넘지 않을 정도일 것이다.
나가서 먹으면 다 돈이고, 둘 다 사람들이 북적이고 시끄러운 곳은 질색이고, 어차피 술을 마셔야 하니 차라리 집에 포장을 해와서 편하게 먹는다.
와이프도 '밖에서 사먹고 들어올 바에는 차라리 집에서 내가 만들어 먹는다.'라는 주의라 둘 다 딱히 불만이 없다.
평일에도, 주말에도, 기념일에도 우리 부부는 굳이 외식할 필요 없이 집에서 서로 먹고 싶은 것을 먹는다.
(기념일에도 둘 다 케이크도 안 좋아해서 초코파이에 촛불 하나 켜두면 그만이다.)
인터넷에서 즐겨 찾는 메뉴들은 따로 정해서 미리 주문해 놓고 가끔 맛있는 녀석들이나 다른 프로그램에서 보다가 '어? 저거 한번도 먹어보지 않은 것인데 맛있을 것 같다.'하는 것이 있다면 적당한 때에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주문을 해둔다.
가령 오돌갈비, 동파육, 뒷고기, 낙지호롱구이, 학센 같은 것들이다.
월급을 타면 나는 우리 집 냉장고부터 살핀다.
갈비탕, 도가니탕, 볏짚 통삽겹살, 이마트 대패 삼겹살 등 내가 평소에 좋아해서 집에 쟁여두고 먹고 있는 인터넷 주문 음식들의 재고가 떨어지기 전에 미리 미리 입고시켜 둔다.
그렇게 인터넷에서 싸고 맛있고 양 많은 무언가를 주문해서 냉동해놓고 그때그때 먹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꺼내어 먹는다.
600g 짜리 갈비탕 5개가 15,000원이니 개당 3,000원이고,
500g 짜리 도가니탕 5개가 22,000이니 개당 4,400원인 셈이다.
나는 평일 저녁에 어떤 것이든 하나만 꺼내서 끓여주면 한끼는 그냥 해결된다.(많이 먹는 사람에게는 모자랄 수 있다.)
이것들은 내가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것들이니 나도 좋고 와이프도 편해서 좋고 밖에서 사먹거나 포장 또는 배달을 시킨다면 어림도 없는 가격인데 이보다 훨씬 저렴하게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상호 윈윈하는 것이다.
가끔 와이프에게도 뭐 먹고 싶은 것이 없는지 체크해보고 어쩌다 먹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하면 당장 나가서 포장을 해오거나 급한 것 아니라면 10분 이내로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평도 좋고 값도 저렴한 곳에서 미리 주문해 놓는다.
요즘은 시대가 좋아져서 전날 저녁에 배송을 시키면 다음날 아침에, 아침에 배송을 시키면 당일 저녁에 도착되는 놀라운 시대 속에서 살고 있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와이프 이야기로는 내가 인터넷에서 주문해서 먹고 있는 것들이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것보다도 가격대비 저렴한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