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상시 남편에게 존댓말을 한다. 그래서인지 만나는 사람들마다 내가 남편보다 연하인 줄 안다. 하지만 우린 77년생 뱀띠 동갑이다. 게다가 생일도 같은 11월이다.
동갑이란 얘길 하면 사람들이 좀 의아해한다. 동갑인데 왜 존대를 하느냐고... 이유는 세 가지! 우리 친정부모님도 동갑이시지만 엄마가 존대하시는 걸 보고 자랐고, 동갑이면 편하기에 함부로 하거나 잘 싸울 수 있기에, 마지막은 한 번 화가 나면 지랄맞은 내 성격을 존대함으로 좀 막아보고자 한 것이다.
처음엔 친언니도 왜 너만 존대를 하느냐고, 불공평하다고 했지만 남편이 내게 대하는 것을 보더니 남편은 존대 안 해도 되겠다고 인정했다.
그만큼 내게 너무나도 잘해주는 사람이 내 남편이다.
한 번은 내가 술도 취하고 너무나 속상한 일이 있어 동네가 떠들썩하도록 난리를 쳤었는데 친오빠가 옆에 있던 남편을 보고 그동안 고생했다고, 잘 가라고 했다 한다. 남편은 오빠의 그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단다. 이런 일로 끝낼 거면 처음부터 사랑하지도 않았다고... 눈물나게 고마운 남편이다.
남편은 고향인 인천에서 11년을 살았다가 진주로 내려가 10년을 넘게 산 사람이다. 사춘기를 경상도에서 지내다 보니 마인드가 무뚝뚝한 경상도 사람이 되어버렸다. 헌데 나한테만은 아니다~ 남편이 먼저 애교를 부리거나 장난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밖에선 경상도 남자의 모습이 나온다. 그래도 날 챙겨주는 모습들을 보고 사람들은 남편을 '츤데레'라고 부른다. 내가 봐도 그리 보인다~ 아끼는 20년 지기 동생네도 남편이 참 잘해줘서 와이프끼리 만나면 남편 자랑을 하는데 둘다 술에 취해 걸어가는 중 울 남편이 내 등을 손으로 받쳐서 넘어지지 않게 해주는 걸 보더니 난 왜 저렇게 안 해주냐고 얘기한 적도 있다. 울 남편 여러모로 민폐덩어리다~
몇 주 전, 남편이 회사일로 울산에 1박 2일로 내려가게 되었을 때 나도 동반을 해 일 마치고 친했던 남편 지인 형님 커플을 만나 술자리를 가졌는데, 남자들 없을 때 내가 남편을 알게 된 20년 동안 한번도 '야, 너' 소리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하니 너무 부러워하시는 눈치였다. 반대로 형님께선 내가 남편한테 존대하는 걸 보고 "너도 저렇게 해줘!"라고 하셨으니 나도 민폐를 끼친 건가? 우리는 보통 때 하던 대로 하는 건데 그게 비교의 대상이 된다면 앞으로는 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 모든 남편들~ 자기 부인을 아끼고 사랑해준다면 부인은 어떤 방법으로도 그 사랑에 보답할 것입니다~ 제대로 된 여자는 그걸 모를 리 없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