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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기련 무소주부 Jun 18. 2023

또 한건의 입찰준비로 3일동안 회의실에 처박히다(1)

2023. 4. 4. 오늘부터 또 한건의 입찰준비~

꿈을 꿨다..


회사에서 내가 일을 하고 있었고 그 일은 다름 아닌 금번 입찰에 참여할 제안서 작성 업무이다..


제출 마감일에 겨우 제출 서류 준비를 마치고 이제 입찰 장소로 서둘러 가야 하는데 택시가 도통 잡히지 않는다..


발을 동동 굴리다 겨우 택시를 타고 입찰 장소로 가달라고 했다..


택시 기사가 한통의 전화를 받더니 급한 일이 생겨서 나를 본인의 집앞에 내려다 주면서 죄송하지만 다른 택시를 이용해 달라고 한다..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별 수 없이 다른 택시를 잡으려고 하다가 잠이 깨버렸다..


'꿈을 꿀 정도로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나보구나~' 싶었다.



어제 밤에 '분노의 역류'를 보다가 그냥 일찍 잠든 덕분에 화요일인 오늘은 6시도 안되서 눈이 떠졌다.


어제 못다한 블로그를 마저 쓰고 날씨와 인터넷 기사를 보면서 슬슬 출근 준비를 하였다.


한시간 일찍 회사 도착을 계획하고 있어서 7시에 집을 나섰고 벚꽃은 어제보다 훨씬 더 많이 떨어져 있다.


'너희 덕에 올해도 즐거웠고 내년에 또 보자~'


(출근길 운전중..)


8시 10분,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차안에서 20분정도 쉬다가 8시반에 사무실에 들어가 오늘의 일과를 시작해본다.


오늘부터 또 한건의 입찰준비로 2~3일동안 소회의실에 나혼자 틀어박혀 제안서 작성과 PT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게 나는 다시 자발적 히키코모리가 되었고 늦어도 이번 주 금요일에 제출해야 하니 오늘 최대한 많이 처리해내야 한다.



오늘은 사장님께서 좀 늦을거라고 전화를 받았고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내 컴퓨터를 떼어내 소회의실로 옮기고 세팅 완료~!!

이따가 9시가 되면 전직원들에게 전화도 바꿔주지 말고 무슨 일이 있거든 날 찾지 말고 사장님께 보고를 드리라고 공지를 할 예정이다.


"직원들아, 한동안 나를 잊어주길 바래~"



(오전 업무중..)


메일온 것들과 견적서 보낼 것들 처리하니 벌써 11시, 이제 다른 일 신경 쓰지 말고 독방에서 집중 모드 돌입이다.


우선 제안서 목차만 정리해놓고 오후부터 알맹이를 채워 보기로 했다.



12시 점심 시간에 김밥 한줄을 먹고 차에 내려가 쉬면서 와이프에게 전화를 하였다.


(집에서 반찬만 가져오고 밥을 안가져 와버렸다.. 이런 된장~)


와이프에게 실비보험 청구하기 위해 CT찍은 진료비영수증, 진료비세부내역서 준비해 달라고 했더니 어디 두었는지 못 찾겠다고 하니 아무래도 주말에 다시 가서 떼어와야겠다.


'용종 제거한 것도 함께 청구해보기로~'


현재까지 와이프 치과 치료비로 350만원이나 들어갔는데 치과 보험에서 94만원 밖에 지급이 안되어 속상했지만 그걸로 일단 급한 생활비를 충당해야겠다.


와이프의 통장은 하루에 30만원 밖에 인출이 되지 않아 3일에 걸쳐서 내 통장으로 넣어 달라고 해놨다.



1시, 다시 외부와 단절된 소회의실에 처박혀서 제안서 작성을 시작해본다.


같은 입찰에 참여할 경쟁사와 관련 담당자들에게 정말 미안한 일이고 그들은 내게 치사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평가위원들이 우리 회사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필승 전략을 나는 세우기로 했다.


지난 2월에 따낸 입찰건과 같은 방식이고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입찰을 절대로 따낼 수가 없을.. 아, 심사위원들이 내부 담당자들과 업체를 내정해놓고 짜고 치는 판을 벌린다면 할 수 없는 일이고..


부정만 개입되지 않고 공정한 승부만 보장된다면 이번 입찰에서도 나는 반드시 승리를 하게 될 것이다.


(오후 업무중..)


5시, 사장님께서 내게 이번 입찰도 잘 부탁한다는 말씀을 남기고 떠나셨고 나는 이번 주 내내 야근각이다.


아침 8시에 나와서 정확히 12시간만에 퇴근이란 걸 해본다.


(와이프에게 전화를 하면서 퇴근길 운전중..)


비가 추적추적 내렸지만 늦은 시간이라 다행히 막히지 않고 9시에 집으로 들어왔다.


'나 오늘 개.. 힘들었다..'



오늘 저녁 한상으로 고기들과 부추 감자전, 샐러드로 요청했더니 푸짐한 한상이 완성되어 있었다.

'아무리 회사에서 힘들었어도 집으로 돌아와서 사랑하는 와이프와 매일 내가 먹고 싶은 음식과 함께 술한잔 기울이면 세상에 모든 근심을 내려 놓을 수가 있다..'라고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세상이 오길 그저 바랄 뿐이다.


오늘 유기농 여주까지 배송이 완료되어 드디어 만성 췌장염 초기인 와이프와 함께 먹을 약 세트가 완성이 되었다.

와이프가 갑자기 당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진 원인은 만성 췌장염 때문이었다.


그것을 잡아줄 여주+브로리코+간장약+우루사의 콜라보레이션을 기대해 본다.


그리고 술도 줄여야 하는데 이게 우리 부부의 가장 큰 문제다..


이 프로젝트가 실패로 돌아가면 회사를 그만두고 집을 정리하고 산이나 외딴 섬으로 들어가볼까.. 하고 생각을 하고 있다.


'와이프의 건강보다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니..'



"지금 당신과.. 당신의 아내의 건강은 안녕하신가요?"


나 또한 내가 이렇게 될 줄 몰랐지만 한살.. 한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경을 쓰면 좋을 것들이 많다.


눈(노안), 치아, 탈모, 간, 폐, 췌장, 위, 대장, 신장, 식도, 갑상선, 생식기.. 우리 부부가 지금 신경을 써야 할 것들이 대략 이 정도인데 우리 몸에 그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 어느 것 하나라도 제 기능을 잃게 되면 망가지는 것은 순식간이지만 이것을 아무리 젊은 사람들에게 떠들어 봐야 소용이 없다.


'왜? 나도 그 나이 때에는 왜 내가 그걸 신경써야 하는데?'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그때 그때 해야 할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젊어서는 10년 주기로 다름을 느끼게 되고(10대->20대->30대->40대) 4~50대 이후로는 한해 한해가 다름을 느끼게 되고 아마도 6~70대 이후로는 한달 한달이 다름을 느끼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항상 만고불변의 진리는 늦었다 생각하고 그 때부터라도 행동에 옮겼을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것이다.


40대 후반인 우리 부부 또한 영원할 줄만 알았던 젊음은 결코!! 영원하지 않았고 여기 터진 것을 막아내면 저기가 터진다.


'이건 뭐 디펜스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단 한가지 바람이라면 건강에 대한 당신의 준비는 부디 늦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 부부처럼 디펜스 게임하지 않기를..




우리 부부의 최종 병기는 '여주'다.


"인슐린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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