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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기련 무소주부 Jun 20. 2023

또 한건의 입찰준비로 3일동안 회의실에 처박히다(4)

2023. 4. 7. 회의실에서 빠져 나왔고 이제 야근은 끝났다.

8시반에 출근해서 지난 3일 동안 혼자 머물렀던 회의실에서 내 컴퓨터와 물건들을 모두 챙겨 나와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왔다.

지난 3일 연장 야근을 마치고..


어제 제안서 PT준비는 다 했는데 아직도 제출해야 할 서류가 산적해 있고 입찰을 따내면 회사야 좋겠지만 나만 혼자 골병이 드는 시스템이다.(물론 인센티브는 나온다)


이따 점심 먹고 사장님을 모시고 출장 나가야하니 오전중에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한다.


(오전에도 계속 입찰 준비중..)


12시 점심 시간, 다른 것들은 준비를 해뒀고 투입 인력 프로필만 남았다.


'일단 밥부터 먹고 좀 쉬자~'


어제와 동일하게 집에서 가져온 3분 카레에 밥을 비벼 먹고 옥상으로 올라가 와이프에게 전화를 하였다.


아까 한번 나와서 전화 했는데 나의 외삼촌과 통화중이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어제는 우리 어머니께, 오늘은 외삼촌과 이모에게 안부 전화를 드리는 고마운 마누라이다.



1시, 사무실로 들어가서 오후 일과를 시작해본다.

1시반에 사장님께서 출장을 안가겠다며 나혼자 다녀오라고 하셨다.


"나이스~!!"


나는 개인적으로 혼자 나가는 출장을 선호한다.



2시에 롯데백화점 문래점 1층에 있는 커피숍에서 만나 30분정도 미팅을 하고 곧바로 계약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커피숍에서 아무것도 마시지 않겠다고 했으나 굳이 사주겠다고 하길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 해서 와이프 가져다 주기로 하였다.


"마누라 오늘 계 탔구나~"


참고로 우리 부부는 공짜 쿠폰 외에는 커피숍에 가지 않고 나는 믹스 커피만 마신다.



회사에 돌아오니 3시반이 되었다.

'내 오늘은 기필코 일찍 들어가리라~!!'


(오후 업무중..)


5시반에 모든 입찰 서류들을 준비해놓고 제출은 월요일 아침에 회의 후 직접 찾아가서 제출하기로 했다.


사실 오늘 퇴근길에 갖다 줘도 되지만 그렇게 되면 집에 가는 시간이 늦어지게 되는 시스템이다.


입찰 준비로 한주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지경이고 오늘이 금요일인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제 업무 정리하고 퇴근을 해야지..'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들만 몇가지 처리하고 사장님께 오늘은 일찍 들어가 쉬겠다고 말씀드리고 6시도 안되서 퇴근을 하였다.


와이프에게 전화를 하여 이 기쁜 소식을 전해 주었다.


"오빠 퇴근한다~♡"


(두시간 동안.. 마누라에게 전화를 하면서 퇴근길 운전중..)


역시나 일찍 나온 만큼 비례해서 어마무시하게 차들이 막히니 일찍 나와 봤자 사실 거기서 거기다.


같은 자리에 서서 신호등이 네번.. 다섯번 바뀌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대로는 집에 못 갈 것 같아서 우회로로 빠졌더니 지옥이 펼쳐졌고 이 길은 아까보다 곱절 이상 더 막힌다..


'차라리 가던 길로 갈 것을..'


결국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서부간선으로 돌아서 집까지 도착하는데 거의 두시간이 걸렸다.



돌아오는 길에 제수씨의 어머님께서 말기암이란 소식을 전해 듣고 내 남동생에게 문자를 한통 보내주었다.


"잘들 지내고 있는지? 장모님께서 암이시란 얘기를 들었다. 어쩌냐.. 작년 말 결혼식에서 뵈었을 때에는 건강해 보이셨는데.. 너희가 걱정이 많겠구나..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하니 좋아지시길 형수와 함께 기도드리마. 더불어 암을 정복할 수 있는 현실이 빨리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일주일간 수고 많았고 장모님 잘 챙겨 드리길.. 너희 가족들도 건강 잘 챙기고."


"ㅇㅇ 요즘 걱정이 많네.. 어제부터 항암 치료했으니까 좋아지시겠지.. 암튼 걱정해줘서 고맙고 주말 잘보내삼~"



8시, 집으로 돌아오니 무순을 곁들인 돼지갈비로 맛있는 저녁 한상이 준비되었고 오이소주와 함께 일주일간의 피로를 풀어본다.

초딩 입맛에 입이 짧은 내게 매일같이 신선하고 맛있는 먹이를 제공해주는 마누라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와이프는 광어 지느러미회 세조각과 된장찌개를 먹겠다고 한다.


잠시 후 9시에는 목장 가족분들과 줌미팅이 기다리고 있으니 부지런히 먹어봐야겠다.


집이란 공간과 사랑하는 와이프, 맛있는 먹이로 술한잔.. 참 '행복'이 썰물처럼 밀려오는 순간이다.


(야미야미~)


맛있게 먹다보니 어느새 9시.. 이제 한시간+a 동안 와이프와 함께 목장 가족분들과 줌미팅을 할 시간이 되었다.



오늘은 한시간만인 딱 10시에 줌미팅이 종료되었고 2차전 안주는 뚱카롱과 음료 등 가볍게 한잔 더 하고 일찍 자보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가 내일 6시에 일어난다면 새벽 예배를 다녀올 것을 약속하였다.


힘들었던 이번 주를 마무리하며 주말에는 푹 쉬어야겠다.


'나 수고 많았.. 아니 개고생 했다..'



일주일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결혼을 했다면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지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차가운 의미일 수도 있겠지만 당신에게는 따뜻한 의미의 집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지금은 비록 차갑게 느껴진다 해도 (서로의) 노력으로 당신에게 집은 따뜻한 공간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항상 당신의 행복을 응원합니다~^^♡"



이런.. 새벽 2시반에 깨버렸다.


소주는 이미 많이 마셨고 요즘 젊은 이들이 편의점에서 하이볼을 즐겨 먹는다고 해서 가봤더니 없다.. 하이볼이..


'에효~ 내 팔자에 무슨..'


그냥 칠레산 '디아블로 까베르네 소비뇽'과 '갈릭 새우 감바스 '를 사와서 가볍게 한잔 마시고 자보기로 했다.


과거에 '포도주', '와인'하면 프랑스였지만 요즘은 칠레산도 꽤나 훌륭하고 13.5%로 도수도 나쁘지 않다.


새벽 3시반.. '이거 한병만 먹고 자야지..'라고 생각하였으나 750ml.. 나에게는 넘사벽이었고 2/3만 먹고 자야겠다.


p.s. 한달 전에 사준 장미꽃이 아직도 짱짱하다. 아무래도 조화인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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