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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기련 무소주부 Jun 26. 2023

차 수리비는 220만원이 아니라 420만원이었다~!!

2023.4.13. 나 돈 열심히 벌어야겠다.

지난 주 일요일에 사고가 나서 '모닝'을 타고 다닌지 벌써 5일째.. 내일 아침에 대차를 반납하고 수리를 마친 내 차를 찾아오기로 했다.


'모닝을 타고 다니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 날이구나~'


차 수리비는 420만원이 나왔고 70%는 보험 처리로, 자비부담금 30%인 126만원은 회사에서 나 대신 내어주시겠다는 감사한 우리 사장님이시다.


아침에 현금으로 봉투에 넣어서 내게 건네 주셨다.


뭐 공짜로 주시는게 아니라 나중에 갚으라고 하지만..


'나 돈 열심히 벌어야겠다.'


아, 지난 달에 억대 입찰을 따내서 계약하고 인센티브 천만원을 받기로 해놓은게 있으니 거기서 까면 되겠구나 싶다.


이번 달에도 또 하나의 입찰을 따내기 일보직전이니 이것도 계약하고 나면 인센티브를 달라고 해야겠다.


p.s. 차 수리비는 220만원이 아니라 부품값+공임비 포함 420만원이었고 자비부담금 30%는 66만원이 아닌 126만원이었다. 그동안 총 4장의 견적서 중 2장만 보고 판단을 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외제차도 아니고 K5 수리비가 이 정도면 차라리 중고차를 한대 사는게 낫겠다 싶다..



어제 밤에 와이프가 직접 만들어 준 감자탕을 맛있게 먹고 11시도 안되서 뻗었더니 6시에 눈이 떠졌다.


여유있게 슬슬 출근 준비를 하고 7시 넘어서 밖으로 나섰고 모닝과의 마지막 날 기념 사진을 찍었다.


"안녕~ 모닝아~ 그동안 즐거웠..나?"


p.s. 수리가 하루 더 걸려 내일까지 타고 다니게 되었다.




8시반에 도착~


(오전 업무중..)


출근하자마자 거의 11시까지 회의를 마치고 내 일들을 몇가지 하다 보니 오전 업무 시간이 순삭 되었다.



12시 점심 시간에 와이프가 챙겨 준 제육볶음 도시락을 맛있게 먹고 차에 내려가 쉬면서 와이프에게 전화를 하였다.


잠시 후 회사 근처에 출장 소식을 전해 주었고 와이프도 일요일에 교회 간식 당번이라 샌드위치 가게에 가서 주문 예약을 해두고 오겠다고 한다.


"나름 대량 주문이니 무조건 1개 가격은 빼달라고 해~!!"


나의 얘기에 와이프가 피식 웃는다.




1시, 사무실에 들어갔더니 사장님과 실장님께서 일이 생겨서 오늘 자리를 비운다며 나가셨고 나도 잠시 일하는 척 하다가 2시에 출장을 나왔다.


1km 정도 되는 가까운 거리지만 나는 항상 차를 타고 다닌다.


(상담중..)


상담을 마치고 문짝을 보니 '문문문문문문문문..'이라고 써져 있길래 사진을 찍었고 알고보니 들어갔다가 나올 때 제발 문 좀 닫고 나오라는 일종의 경고 문구였다.


참 재밌는 업체다.


'이거 설마 대외비는 아니겠지?'




회사에 돌아오니 3시가 넘었고 실장님께서 직원들과 간식을 먹으라고 햄버거 세트를 사주셔서 마누라에게 카톡을 보내 집에 가져가 술안주 하기로 했다.


"집에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아까 1시에 가시면서 직원에게 카드를 주고 가셨던 것이었다.


그 사이 밀린 업무들을 하나씩 정리해 나가며 오후 일과를 시작해본다.


(오후 업무중..)




뭔 전화가 이렇게나 많이 걸려 오는 것인지.. 내가 해야 할 일을 아무것도 못하고 4시반, 밖으로 나가 브레이크 타임을 가졌다.


머리가 뱅글뱅글 도는 듯한 기분이다.


다시 한시간 동안 전화.. 전화.. 전화.. 무한반복이고 아무래도 내 일은 6시 넘어서 시작을 해봐야겠다.


와이프가 배고프다고 성질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나는 당황하지 않고 결국 6~7시까지 급한 업무들을 처리하고 퇴근을 하였다.


남편들의 흔한 퇴근 풍경이고 내가 퇴근한다는 얘기 한마디에 이제서야 와이프의 표정에 화색이 돈다.


남자가 여자에게 기가 눌려 이런 상황들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결혼이란 이 바닥에 결코 발을 들이지 않기를 권장합니다.


결혼을 했다면 와이프나 자식들이 아무리 지X를 하더라도 이들을 모두 잠재우고 무게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초능력이 필요하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팁은 바로 '명분'이다.


내가 명분을 가지고 조리있게 잘 어필할 수 있다면 그들은 결국 수긍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내가 명분이 약하거나 조리가 없거나 어필을 제대로 못 한다면 결코 그들을 휘어 잡을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이 3박자 중 어느 하나 삐끗하면 "게임 오버~" 동전을 더 넣고 "To be continue"를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 능력을 처음부터 갖추고 결혼하기는 힘든 일이니 살아가면서 본인에게 맞는 비법을 잘 찾아보길 바란다.


요즘 (선전..이라고 하면 노땅처럼 보일 수 있으니) CF에서처럼 "야, 너도 할 수 있어~!!"라고 응원해 주고 싶다.


이걸 못하면 눈앞에 지옥이 펼쳐져 있을지도 모르니..




8시에 집에 돌아오니 감자탕으로 저녁 한상이 준비되었고 그 상에 나는 회사에서 가져온 햄버거 세트를 얹어 놓을 뿐~!!


"잘 먹겠습니다~!!"


우리 부부가 햄버거를 먹는 방법은 바로~~~

(두구두구두구~~~)

빵쪼가리를 걷어내고 먹는 것이고 이는 다이어트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둘다 빵, 떡, 밥 등 탄수화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감자 튀김도 몇조각 먹지 못하고 GG..


심지어 나는 187cm키에 58.5kg밖에 되지 않아 살을 찌우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을 하고 있지만 라면 하나 제대로 먹지 못하는 소식러이기 때문이다.


'나.. 이렇게 먹고 살을 찌울 수 있을까..'




하루하루가 힘든 요즘이다.


차 수리비가 갑자기 두배로 뛰어서 뒷골이 땡기지만 이미 수리까지 다 마친 상황에서 뭘 어쩌겠는가.. 이 모든 것이 내 팔자인 것을.. 힘들지만 받아들이고 대비책을 마련해야지..


와이프에게 얘기를 해본다.


"이러다가 우리 언제 부자되나 싶다~"


"그르게용~"


"돈 부자는 됐고 우리는 그냥 마음 부자나 되자~"


"♡"


그럼 된거다.. 이 시국에 누구 하나 힘들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다.


하지만 결혼한 부부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돈 문제가 아니라 서로의 사랑과 궁합이 아닐까?


오늘도 와이프에게 사랑의 메세지를 전해 주었다.


"사랑혀~ 쭉너여~♡"



자기전에 술한잔 했겠다.. 간만에 핸드폰 S펜으로 아무로나미에 43% 닮은 꼴인 와이프를 뚝딱 그려봤더니 놀라운 작품이 탄생하였다.


'내 인생의 역작이다..'


와이프도 자기랑 똑같이 닮았다며 좋아하고 이어서 처가댁 단톡방에도 공유를 해놓았다.


나도 어릴적엔 만화가가 꿈이었던 적도 살짝 있었는데 역시나 아직 실력이 죽지 않았다.




오늘 하루도 고생하셨습니다.


돈 때문에 힘들지언정 서로 상대방 때문에 힘들어 하지 않는 부부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웬만한 보통 사람들이라면 방법은 간단합니다. 내가 먼저 더 잘 해주면 됩니다. 그렇게 해도 안된다면 이는 내 문제보다 상대방의 문제도 함께 있는 것일테지요.

(쌍방과실일수도..)


"당신의 가정과 행복을 위해 항상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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