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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기련 무소주부 Jun 30. 2023

우리 부부가 만난지 21주년 기념일~

2023.4.21.

2023년인 지금으로부터 21년전, 우리 나라에서 월드컵이 개최된 해인 2002년 4월 21일.. 저녁 6시에 연신내역 6번 출구에서 지금의 와이프를 처음 만나서 술을 얻어 마셨다.


당시 26살이었던 나는 여성들과 개인적으로 1:1 개 모임을 자주 가졌는데 내 철칙 중에 하나가 나보다 나이가 많던 적던 첫 만남에선 무조건 여자들에게 술을 사달라고 했고 그들은 모두 흔쾌히 내게 맛있는 것들을 사주었다.


와이프에게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너, 나한테 술한잔 사라~"


"그래~? 공원에서 새우깡에 소주 한병 사줄테니 와라~?"


"좋았어~ 내가 간다~!!"


"!!?#@%×₩&$¿~"


(우린 인터넷에서 만났고 26살 동갑내기여서 당시엔 친구처럼 편하게 서로가 반말을 했었지만 지금은 나는 반말을, 와이프는 내게 존대를 해주고 있다..)


당시 와이프가 내 말을 듣고는 '뭐, 이런 놈이 다 있나..'라고 생각을 했다고 한다.


아무려면 어떠한가.. 내겐 그저 여자가 있고, 술과 안주가 있으면 됐었~


그날 밤 우린 연신내 샤크, 이자카야 두군데 술집에서 술과 안주를 얻어 먹으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중간에 노래방은 내가 쐈다고 한다.. 나.. 그래도 염치는 있었구나~^^;)


그 날 이후 정확히 3일 뒤에 다시 만나서 우리는 사귀게 되었고 세월이 많이 흘러서 오늘이 그로부터 21년이 되는 날이다..


*관련 포스팅 : 2023. 4. 24. 우리 부부의 21주년 기념일 : 추후 링크 예정




2023. 4. 21일 오늘 내 퇴근 시간에 맞춰서 와이프가 우리 회사로 찾아오기로 했고 같이 퇴근해서 연신내 '기ㅇ길'이란 고기집을 가보기로 하였다.)




8시반에 출근해서 11시까지 업무를 보고 회사 근처에 있는 거래처 (두군데) 출장을 나갔다.


11시반에서 12시까지 상담을 마치고 업체 대표님께서 갈비탕을 사주셔서 맛있게 먹었다~^^


밥값도 굳었고.. 간만에 점심 다운 점심 식사로 몸보신을 잘 한 것 같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다음 출장지도 근처라 차에 내려가 쉬면서 와이프에게 전화를 하였고 이제 코스이동~~




다음 미팅 장소로 왔더니 이 건물이 아니라 그 옆옆에 있는 건물이라고 해서 다시 이동~


1시반에서 2시까지 상담을 마친 후 견적서를 월요일에 보내주기로 하고 회사로 출발하였다.


박부장, 오늘 출장 2건 끝~!!


들어가는 길에 와이프가 옷을 하나 사달라고 해서 조용히 구매 버튼을 눌러주었다.


"요고 하나 신청이요~ 기념일 선물로 요청 할게용~"


그리고 주간 연합목장모임 날이나 오늘 저녁 9시에 목장 줌미팅은 없다고 하니 다행이다~


"어차피 우리 오늘 못 들어가는데 잘 됐네~"


(오전 2건 출장을 마치고 사무실 복귀중..)




회사에 돌아오니 2시반, 하루가 빠르게 흘러가는 느낌적인 느낌이다.


이제 밀린 업무들을 정리하고 5시반에 와이프가 우리 회사에 오면 직원들과 인사하고 같이 연신내에서 갈비를 먹으면 된다.


와이프도 슬슬 꽃단장을 하고 4시반에 우리 회사로 출발 하겠다고 한다.


"와라~ 마눌~!!"


"간다~ 마눌~!!"




사장님과 실장님께서 안계신 마당에 역시나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쌓인 업무가 많아 우선 순위별로 하는데까지 하고 일찍 들어가보기로 했다.


(오후 업무중..)


4시반에 와이프가 택시를 타고 출발했다고 연락이 왔다.


과연 박부장은 오늘 일찍 퇴근할 수 있을 것인가? 두둥~~




러시아워에 걸려서 와이프가 6시에 사무실로 도착했고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우린 함께 목적지로 향했다.


와이프가 지난 2월에도 우리 회사에 왔었는데 그때 이후로 신입들 6명이 더 들어와서 뉴페이스들이 많았다.


(와이프와 함께 퇴근길 운전중..)


갑자기 사장님으로부터 반가운(?) 전화가 걸려 왔다.


"43번 서버에 문제가 생겼는데 개발자 연락해서 무슨 일인지 확인 좀 해봐~!!"


"네, 알겠습니다."


즉시 한대리에게 전화를 해서 오늘 특이사항은 없었고 서버 관리 업체에 전화해서 해결을 하였다.


다시 사장님께 전화해서 해결은 되었고 다시 일 생기면 연락을 달라고 해놓았다.


금요일 퇴근길 답게 많이 막혀서 한시간이 넘어 7시반에 집에 도착한 후 주차를 하고 택시를 타고 연신내로 고고씽~^^


연신내역에 내려 한참을 걸어가며 우리의 목적지인 '기ㅇ길 고깃집'을 찾아 봤지만 둘다 처음 가보는 곳이라 어딘지 모르겠다.


(가는 길에 우리가 연애 시절 한번씩 다녀갔던 집들이 눈에 띄었다.)


"나도 잘 모르겠는데 인터넷에서 찾아봐줘요~"


"그래? 그럼 인터넷 찬스~"


그렇게 겨우 겨우 목적지에 도착해서 구석진 자리를 잡고 A세트를 주문했다.




'돈쭐내러 왔습니다'에 나온 맛집이라 믿고 찾아온 것인데 TV에서 봤던 사장님이 아니다~?


그리고 예전엔 돼지갈비 900g에 19,900원 했었다는데 지금은 600g에 23,000원~!!


사장님은 바뀌고 양은 줄이고 값은 올리는 초대박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 중인가 보다..


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기념일 파티를 시작해보자~^^


돼지갈비를 불판에 올려 놓고 익는 동안 사이드로 나온 된장찌개를 먹어 보니 맛있다.


이어서 나온 계란찜은 쏘쏘~~


그럼 이제 돼지갈비 차례~ 맛있게 한입 먹어보니 '으음.. 내 기대치가 너무 컸던 것이었나..' 솔직히 맛집으로 찾아올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시점에 와이프가 내게 묻는다.


"어때요?"


"이따 집에 가서 얘기해줄께~^^;"


'그래도 기념일인데 기분과 분위기를 망치면 안되지..'


된장찌개와 계란찜으로 안주를 하고 남은 돼지갈비는 포장해서 주말에 먹기로~



밖으로 나와 와이프가 내게 무리수를 던진다..


"우리 2차 가요~"


"에이~ 그건 아니지~"


"가고 싶어요~!!"


"그래~? 그럼 가자.. 대신 조금만 먹기다~!!"


"네~^^"



우리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본 고깃집을 나와 악세사리 가게에 들러 너무 오래 써서 다 낡아 빠진 내 핸드폰 케이스를 교체했다.


25,000원짜리를 23,000원에 구매 완료~!!



간만에 오락실 펀치를 쳤는데 와이프는 8461점을, 나는 8935점을 기록했다.


이 집의 최고 점수는 9302점.. 이 정도면 아주 많이 높은 점수다.

나는 비록 아쉽게도 예전만큼 최고 점수를 갱신하지도.. 9000점을 넘기지도 못했지만 내가 펀치를 칠 때 뒤에서 젊은 남자가 "와~"라고 해줬으니 이 늙은이는 그 정도로 만족을 해야겠지..



이번엔 와이프가 자주 가는 악세서리 집에 들려 머리띠를 몇개 샀는데 나와 친한 여자 알바생이 이번 주 근무를 마지막으로 그만 둔다고 해서 아쉬운 마음에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


'어떻게 자기도 친하지 않은 여성 용품점 여자 알바생이랑 친해질 수가 있느냐' 하며 와이프가 의아해 하지만 이것이 나의 친화력이다.


출구가 없는 매력.. 100명 중 99명과 친해질 자신있는 나다.


'남자가 이 정도 자신감은 가지고 살아야지~^^;'


(앞선 포스팅에서 얘기를 했듯이 나의 MBTI는 내가 모든 것을 컨트롤 해야 직성이 풀리는 ESFJ 집정관이다)


가끔 와이프가 말을 한다.


자존감이 낮은 남자는 매력이 없다고.. 그리고 그들은 자신에게 다 잡아 먹힌다고 말이다.


와이프는 정말이지 웬만한 남자들을 잡아 먹는.. 그리고 내가 그동안 만나왔던 여자들 중에 가장 기가 센 여자이다.


그리고 나는 아무리 기가 센 여자라도 그들을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남자이다.


웬만한 남자들에게 쉽게 질려 하는 와이프를 21년동안 데리고 살아가는 것.. 이것이 바로 내가 가진 능력인 것이다.


'남자라면 최소한 이 정도는 되야지~^^;'

(우리 부부가 함께 좋아하는 드라마 '상도'의 대사이다.)


마누라 앞에서 깨갱하는 남자는 여자에게 매력이 없고 명분을 가지고 여자를 사로 잡을 수 있는 남자가 매력이 있는 것이다.


남자가 여자에게 질질 끌려 다니는게 나는 개인적으로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짝태와 노가리 집에 가서 5,000원짜리 버터 노가리 하나에 소주를 한병 더 마시기로 하였다.


양 옆에 테이블에 남자들이 연실 떠들어 대는 소리에 정신이 없고 둘다 시끄러운 소리를 못 참는 우리 부부이다.


후다닥 소주 한병을 비우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돌아오니 10시반이 되었고 술집에서 포장해온 노가리로 마지막 술한잔을 마셨다.


간만에 느끼는 취기에 정신이 다 혼미하다.


조금만 더 먹고 먼저 일찍 자보겠다는 나의 말에 와이프가 12시까지는 버티고 자라 해서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 열심히 버티다가 12시가 넘어서 장렬하게 전사하였다..


 "먼저 자서 미안하오~"


와이프는 한두잔 더 마시다가 치우고 자겠다고 한다.


Zzz......


"기념일 잘 보냈어요.. 잘 자요, 마눌~^^"


"나도 잘 보냈어요~ 잘 자요~^^"


흔한 기념일의 풍경일 것이다.




한주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당신의 기념일 풍경은 어떠신가요?


기념일을 잘 보낼 수 있는 좋은 팁이 더 있으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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