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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기련 무소주부 Jul 05. 2023

우리 부부가 만나고 사귄지 21주년 기념일 주간~(4)

2023.4.24. 좋은 날에 좋은 것 하나 못 해줘서 미안하다~♡

너무나도 빠르게 주말이 지나갔다..


우리 부부가 만나고 사귄지 21주년 기념일 주간이라 주말 동안 여러 지인들에게 축하도 받고 함께 여기저기 다니면서 기념일을 잘 보냈다.


VR 가상체험도 하고.. 당구도 치고.. 족욕도 하고.. 고깃집에, 호프집도 가고.. 망원시장에서 장도 보고.. 주말을 알차게 잘 보냈지만 안타깝게도 둘다 술병이 나버린 상태이다.


하긴 어제 하루 동안만 둘이서 술을 여섯차례나 마셔댔으니 탈이 날만도 하다..


'우리 부부가 주말에 좀 더 술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ㅡㅡㅡ


2023년 4월 24일..


오늘은 우리 부부가 사귄지 21주년이 되는 기념일이라 와이프 컨디션이 괜찮다면 내 퇴근 시간에 맞춰서 우리 회사로 찾아와 함께 외식을 하기로 했다.


어쩌다보니 만난지 3일만에 사귀면서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고 사귄지 8년만에 결혼하여 21년간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6시,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어 출근 준비를 하며 월요일 하루가 시작되었다.


7시에 집에서 나와 한참을 달리다 보니 핸드폰을 두고 와서 다시 집으로 컴백홈~


아침부터 이게 무슨 '쌩쑈'를 하는건지 모르겠다.


(다시 출근길 운전중..)



8시, 주차장에 도착해서 쉬었다가 8시반에 사무실로 들어가서 사장님께서 지난 주 이틀동안 자리를 비우셔서 이것저것 보고를 드린 후 9~10시까지 직원들과 회의를 마쳤다.


(오전 업무중..)


내 자리로 돌아와 지난 주 출장 다녀온 업체들에 견적서를 몇개 제출하였더니 오전 일과 시간이 다 지나갔다.



12시 점심 시간에 집에서 가져온 제육볶음과 함께 밥을 먹고 차에 내려가 쉬면서 와이프에게 전화를 하였다.


"컨디션은 좀 어때? 오늘 저녁에 회사로 올 수 있겠어?~♡"


"가야죠~"


"와라~!!"


"간다~!!"


다행히 와이프가 컨디션이 괜찮아서 오늘 저녁은 예정대로 회사 근처 일본식 라멘집에 가서 정식 하나를 같이 나눠 먹고 집에 오기로 했다.


둘다 소식러이기 때문에 웬만한 정식 세트 하나를 시키면 둘이서 배를 두드리며 먹을 수가 있을 것이다.


힘들면 택시 타고 오라 했더니 그냥 지하철 타고 오겠다고 한다.


"그래라~!!"


"아랐따~!!"




1시,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서 오후 일과를 시작해본다.


견적서&제안서 작성.. 전화&메일 처리.. 직원들 뒤치닥거리~


매일 비슷한 레퍼토리다..


(오후 업무중..)


3시반에 사무실로 손님이 오셔서 한시간 넘게 미팅을 하고 나오니 5시가 되어서 일찍 들어가신 사장님께 보고를 드리고 나도 차에 내려가 브레이크 타임을 가졌다.


와이프에게 전화를 해보니 지하철을 타고 거의 다 왔다고 해서 역까지 친절하게 마중을 나갔다.


개표소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한눈에 딱 봐도 눈에 띄는 거대한 오렌지가 걸어 오는게 보인다..


"마누라다~!!"


"나 왔어요~!!"



와이프를 데리고 사무실로 돌아와서 내 옆자리에 앉혀놓고 이것저것 업무 정리를 하고 사장님께 보고를 드린 뒤 6시 15분에 퇴근을 하였다.


(내겐 이 정도면 엄청 빨리 퇴근한 편이다..)



잠시 주차장에 내려가 짐을 차에 넣어둔 뒤 같이 걸어서 '히노야지'로 향했고 이 집은 이전 회사 건물 3층에 있는 곳으로 사장님께서 가끔 내게 점심 식사를 사주셨던 곳이다.


내가 여태 먹은 돈까스 중 개인적으로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맛있는 집이어서 언젠가 와이프와 함께 오려고 했었는데 그 날이 바로 오늘이다.


6시반, 목적지에 도착해서 와이프가 좋아하는 우동 정식을 주문하려는데 갑자기 냉모밀 정식이 먹고 싶다고 해서 그걸로 하나만 주문을 했다.


(전에는 11,500원 하던 녀석이 이제는 14,500원으로 값이 많이 올랐다.)


짜잔~ 드디어 냉모밀 정식이 나왔고 돈까스와 야채 튀김은 도저히 못 먹을 것 같아서 미리 포장을 해달라고 하고 냉모밀 한그릇을 둘이서 나눠 먹었다.


"맛있냐이~♡"


"맛있다이~♡"


"마이 무라~!!"


"많이 먹어요~!!"


30분정도 둘이서 배를 두드리며 냉모밀 하나를 겨우 다 먹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서 야근중인 직원들이 있는지 확인 후 함께 차를 타고 집으로 출발 하였다.




(와이프와 함께 퇴근길 운전중..)


라디오 '박소현의 러브 게임'을 들으면서 왔는데 박소현도 그렇고 세상엔 우리 부부보다 훨씬 더 못먹는 소식러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집에 거의 다 왔을 무렵 와이프 인증샷을 찍고 네비를 쳐다보니 자꾸 유턴해서 도로 회사에 가라고 한다.


"너 나한테 도대체 왜 이러니?"


"?@%♡&~"


(네비엔 목적지가 집이 아닌 회사로 찍혀 있었다..)




8시가 넘어 집으로 돌아와서 우리 부부가 좋아하는 상도를 틀어놓고 포장해 온 돈까스를 안주 삼아 술한잔 하고 잠오면 일찍 자보기로 했다.


냉모밀+돈까스 정식 하나로 둘이서 저녁 식사와 뒤풀이 술안주까지 해결할 수 있으니 가성비가 좋은 편이다.


우리 부부 기념일 4일 동안의 대장정이 막을 내리는 날이다.


기념일이라고 꼭 명품백을 사주고 근사한 곳에 가서 비싼 음식을 먹어야만 행복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둘이서 마음만 잘 맞으면 굳이 값비싼 돈을 들이지 않고도 훨씬 더 가치가 있는 기념일을 보낼 수 있다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둘 중에 하나라도 허영심에 차 있는 사람이 있다면 'Game over~'가 되겠지만..


술한잔 하면서 와이프에게 물어보았다.


"나 만나서 고생이 많다.. 좋은 날에 좋은 것 하나 못 해줘서 미안하다~♡"


"예전에 누릴 만큼 누리며 살아도 봤어요~ 지금은 내가 바라지도 않고 그냥 이대로 사는게 좋아요~^^♡"


"그리 생각해주니 고맙다~ 그래도 나랑 같이 살면서 365일 중 360일 정도는 행복하지?


"365일 행복한데요?"


"민폐 끼치는 얘기어디가서 그런 소리 하지말고, 사랑혀어~^^♡"


"사랑해요~♡"


우리 부부는 지금 자금 사정도 여의치 않지만 이 정도면 며칠동안 둘다 행복하게 기념일을 잘 보낸 것 같다.


"비싼 돈 들이지 않고 부부간의 기념일을 더 잘 보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p.s. 한주의 시작인 월요일 하루.. 고생 많으셨습니다.


당신의 마지막 기념일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서로에게 사랑이 있다면 돈이 없고 여유가 없어도 기념일을 잘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전에 소설에서 와이프는 자신의 머리를 잘라 남편의 시계줄을 사주고.. 남편은 시계를 팔아 와이프의 머리핀을 사줬다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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