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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기련 무소주부 Jul 08. 2023

우리 부부는 오늘 12년만에 해물탕을 먹습니다.

2023.4.29. 초음파 검사는 연기하고 북한산 철쭉구경&당구장&우동집

어제는 '이순신 장군 탄신일'이라 저녁에 와이프가 좋아하는 충무김밥을 같이 맛있게 먹으며 '불멸의 이순신'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Zzz......



토요일인 오늘, 8시반에 같이 기상~ 오늘은 예보대로 비가 내리고 있다.


엇~!! 오늘은 8시 10분 전까지 불광역에 있는 내과에 가서 둘다 초음파 검사를 받기로 한 날인데 아뿔싸.. 한발 늦었다..


병원에 전화했더니 지금 가도 2시간 이상 대기하고 나서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다시 토요일 아침에 함께 받을 수 있도록 6/3일 9시로 연기를 해놓고.. 오늘은 그냥 와이프 데리고 북한산으로 철쭉구경이나 다녀오기로 했다~




8시반, 준비를 마친 뒤 빗속을 뚫고 북한산으로 출발~


달리는 차안에서 와이프에게 무심한 듯 시크하게 한마디 건넸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께.."


"???"


"사랑해~♡"


"뭐에요~? 뜬금없이~♡"


뜬금없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게 어쩌면 '찐사랑'이 아닐까?


"넌 닥치고 그냥 내 사랑이나 먹어~!!"


p.s. 비오는 날 북한산자락에 걸쳐있는 구름이 한폭의 수묵담채화를 보는 듯한 운치가 느껴진다.




송추까지 한바퀴 돌아봤는데 군데군데 철쭉이 조금은 피었지만 지난주나 이번주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도대체 여긴 언제쯤 철쭉이 만개하는 것이냐~!!"


"다음 주말에 또 와봐요~^^"


"철수한다~!!"


(내일 점심은 목장 가족분들과 이 근처 롯데몰 '에슐리퀸즈'에서 점심 식사 약속이 되어 있다.)




집으로 돌아오니 9시반.. 딱 한시간 걸리는 코스이다.


나는 탕수육으로, 와이프는 사과 1/3쪽과 샐러드로 가볍게 1차전을 시작했다.


이 정도 탕수육 양이면 우리 부부는 점심 때까지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와이프가 갑자기 짬뽕이 먹고 싶다고 해서 한시간 동안 나혼자 배불리 먹고 이마트에 가보기로 했다.


평소에 뭔가 사달라고 하는 적이 별로 없는 와이프가 내게 말을 한다는 것은 정말 원하는 것임을 알고 있기에 나는 무조건 '~!!'을 외쳐주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게 한번도 무리한 것을 바란 적이 없기에 한마디로 '답정너'인 것이고, 그것이 나에겐 편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10시반에 이마트로 고고싱~^0^/


근 18년동안 마신 '처음처럼'을 버리고 지난 주부터 새로나온 '새로'라는 무가당 소주로 변경해서 어제 640ml 팩으로 6병을, 오늘 병으로 10병을 추매했다.


*우리 부부의 소주 변천사 : 참이슬 > 산 > 처음처럼 > 새로


이마트에 가서 장을 보다가 와이프는 짬뽕을 포기하고.. 나도 감바스 알 아히오, 낙곱새를 포기하고 23,900원짜리 '해물탕'을 하나 사오기로 극적으로 합의하였다.


우리 부부의 식성은 정반대인데 오직 해산물만이 둘이서 같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예전에는 와이프가 해물을 사와서 직접 끓여주곤 했었는데 언제 마지막으로 해줬는지 물어봤더니 지금으로부터 12년전.. 우리 부부가 35살때였다고 한다.


p.s. 집에 상추가 떨어져서 처음 보는 '카이피라'라는 상추 비슷한 녀석이 있어서 함께 장만해왔다.




집으로 돌아오니 11시반, 장 봐온 것들을 정리하고 와이프가 해물탕을 끓여주는 동안 남은 탕수육으로 2차전을 개시했다.


해물탕 재료를 확인해보니 전복, 문어, 쭈꾸미, 동태알, 이리, 동죽, 홍합, 무, 콩나물, 대파 등 10가지 재료에 소스까지 두개나 들어있다.


우리 부부는 이정도면 '플렉스' 한 것이고 며칠 동안 두고두고 먹어야 할 양이다.


p.s. 냉장고에 소주가 최소한 이정도가 들어가 있어야 '주당' 소리를 들을 수가 있고 우리 부부는 둘이서 3일 안으로 저것들을 없애버릴 수 있는 능력자들이다..




"자, 이제 12년만에 해물탕으로 사치 좀 부려보자~!!"


와아~~~ 어마무시한 양에 한번 놀라고 한입 먹어본 순간 그 맛에 두번 놀랐다.. 대박~!!


"맛 괜찮아요?"


마.. 맛있다~!! 하지만 여기서 빠질 수 없는 멘트가 있기에 와이프에게 건네주었다.


"이것도 맛있지만 난 허냐가 직접 만들어 주는게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 어디 시제품 따위가~!!"


"♡~"


어쨌든 해물탕 하나로 맛있고 행복한 토요일 점심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다.




12시반, 와이프는 이따가 3시반에 혼자 교회에 가서 공부를 하고 와야해서 꽃단장을 시작하고 나는 동네 형님에게 전화를 하여 당구장에 가보기로 했다.


우리 부부는 둘다 거실에서만 생활을 하고 있고.. 안방은 와이프가 화장을 할 때나 내가 옷을 꺼낼 때나 들어가는 공간인데 와이프가 안방 조명이 어두워졌다고 해서 등을 갈아주려고 했더니 사이즈가 맞지 않았다.


"조금만 기다려라, 오빠가 갈아줄께~"




1시, 와이프가 꽃단장을 마친 뒤 합류했고 거의 20년만에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다시 보았다.


간만에 보니 재밌었고 이어서 '말아톤'도 보았다.



3시반에 와이프를 교회에 바래다주고 당구장으로 고고씽~


첫 게임은 자리가 없어서 다른 팀과 2:2 편을 먹고 쳤는데 아쉽게도 패배하고 자리가 나서 동네 형님과 쳐서 또 0:2로 패배를 당했다.


맞아야 할 공이 자꾸만 미세한 차이로 맞지를 않으니 오늘은 당구가 안되는 날인데도 형님께서 국제식 대대에서 23점인 나더러 너무 짠 점수라며 최소 25점을 놔야한다고 놀리신다.


마지막 게임 중에 와이프가 교회 공부를 마치고 당구장에 왔고 함께 집으로 돌아오니 7시가 되었다.




갑자기 와이프가 우동이 먹고 싶다고 해서 빗방울이 살짝 떨어지긴 했지만 우산 없이 걸어서 우리 동네에 새로 생긴 '한신우동' 으로 고고씽~^^


다음 번에 우리 부부가 같이 가볼 집이라고 어제 사진을 찍었던 바로 그 집이다.


7시반, 우리 부부는 둘이서 7,000원짜리 즉석 우동 하나를 주문해서 먹고 있는데 곧 만석이 되었고 어느덧 대기줄까지 생겼다.


순한맛, 보통맛, 매운맛 중에 보통맛을 먹어보니 맵찔이인 나에겐 맵다.


그것도 다대기 2/3를 와이프 앞접시에 덜어놨는데도 말이다.


와이프는 면발이 너무 얇다고 별로라고 하니 다음에 다시 올 일은 없을 듯 하다.


우리 부부는 소식러이기 때문에 둘이서 한그릇이면 충분하고 대기줄이 있다 보니 30분정도 먹다가 결국 다 먹지도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8시에 집으로 돌아와 와이프가 교회에서 가져온 햄버거를 다가 10시에 뻗어 버렸다..


오늘 하루도 정말 알차게 잘 보냈고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12년만에 해물탕을 먹은 것'이다.


앞으로 우리 부부는 1년에 한번씩은 해물탕을 꼭 먹어보기로 다짐을 하였다.



토요일 잘 보내셨나요?


올해부터 근로자의 날이 법정 휴무일이 아니라는데 못쉬는 분은 내일까지, 쉬시는 분은 모레까지 잘 쉬시길 바랍니다~


p.s. 주위에 공무원 분들은 근로자가 아니라서 쉬지 못한다고 합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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