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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였던 우린 너무 커서 올해 마흔일곱살이 되었다..

2023.5.5. 비오는 어린이날, 5차례나 술을 마시고 뻗어 버렸다..

2023.5.5. 어린이날, 6시반 기상.. 기상청 예보대로 비가 내리고 있다..


7시, 주차장에 자리가 비었는지 확인하러 내려갔는데 역시나 빈자리가 없어서 그냥 편의점에 들러 삼각김밥 하나와 초코우유를 사서 집으로 들어왔고 이것으로 나홀로 아침 식사.. 아니 1차 술한잔을 시작해본다~


(어제 퇴근 후 빌라 주차장에 자리가 없어서 앞부분만이라도 비를 맞지 않도록 저렇게 세워 놓았다.)



8시에 와이프를 깨웠다..가 한소리를 듣게 되었고.. 와이프가 예민해진 것을 보니 밤새 또 잠을 제대로 못잔 모양이다.


역시나..


"밤새 잠도 제대로 못 잤단 말이에요~!! 내일은 깨우지 말아요~!!"


"알았어~ 내가 미안해~"


8시반, 와이프가 잠이 다 깨버렸다며 일어나 사과를 가지고 와서 나와 합류를 했고 우린 '남녀탐구생활'을 보면서 같이 모닝 술을 한잔하였다.


"아까 짜증내서 미안해요~"


"그래~ 그래~ 내일 아침엔 내 절대 깨우지 않을테니 실컷 푹 자봐~"


'어쨌든 와이프 깨우기 성공~^^;'


나는 외로움을 잘 참지 못하는 O형의 남자 사람이다..



그쳤던 비가 다시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했고 10시에 함께 나가 진김밥에서 3,000원짜리 청양고추 김밥 한줄을 사러 갔다가 약 30분정도 대기줄을 서서야 겨우 구매를 해왔다.


그렇게 힘들여 사온 김밥을 나와 같이 소식러인 와이프가 두조각 먹더니 나머지는 매운 음식을 먹지 못하는 나에게 다 먹으라고 한다.


"이럴거면 도대체 왜 산거냐~?"


"같이 먹으려고~"


"같이 먹으려면 같이 먹을 수 있는 것을 샀어야지~?"


"난 고추김밥 이것 하나만 먹는단 말이에욧~!!"


"#@$%^!?"


이건 뭐 전혀 논리적이지가 않은데 묘하게 설득력은 있다. 전형적인 고양이과 와이프가 오늘도 '고양이'를 했다..


난 매워서 먹기 힘드니 정중히 사양하며 와이프더러 연휴 동안 하루에 두조각씩 계속 먹어보라고 권해주었다.


p.s. 사진 속 맨 마지막 줄에 서 있는 아줌마가 내 마누라이고 티셔츠가 마치 살짝 변색이 된 바나나와 같아 보였다..


이후 이마트에 들러 와이프는 광어회와 해물탕을 포기하고 '송화버섯'을, 나는 참치회와 밀푀유나베를 포기하고 '오코노미야끼'를 하나씩 메인 안주로 구입하고 로메인상추와 일용할 '새로' 소주 8병만 간단히 사왔다.


(총 49,180원이 나왔고 5만원이 넘지 않아서 할부가 안된다.. 젠..)



VR 체험까지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11시반, 와이프가 오꼬노미야끼를 1/2만 맛있게 만들어줘서 '남녀탐구생활'을 다시 이어보며 본격적인 2차전을 개시했다.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밀키트들은 웬만한 전문점에서 파는 것보다도 싸면서 맛도 좋은데 한꺼번에 다 조리를 해버리면 우리 부부에게는 양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반씩 두어번에 나눠서 먹는다.


와이프는 오꼬노미야끼를 잘 먹지 않기에 따로 송화버섯을 구워 와서 고추김밥과 함께 먹었다.


(저어 멀리 지중해가 바라다 보이는.. 치가 꽤나 좋은 우리 집이다.)



1시가 조금 넘어 망원시장에 가서 와이프가 먹을 '광어''홍어무침', 내가 먹을 '삭힌 홍어'를 사서 다시 집에 오니 2시반.. 이것으로 3차전을 시작해본다.

(단골집인 닭꼬치 사장님께 오늘은 인사만 드리고 포장은 다음 번에 하기로 하였다.)


1시간 동안 열심히 먹고 3시반, 같이 낮잠을 한숨 자보기로 했다.


Zzz......



일어나니 5시반, 또다시 집근처 마트에서 두부와 부추전을 사와 4차전을 치뤘는데 역시 비오는 날에는 전이 잘 맞는 것 같다.


(한시간 동안 먹고 있는 중..)


6시반, 와이프가 집에서 마실 음료수가 다 떨어졌다고 해서 편의점에 들러 1+1하는 실론티를 구매하고 오는 길에 커피숍에서 2,500원짜리 와플을 사와서 4차는 후식으로 즐겼다. 


커피숍에 건반이 있어서 오랜만에 와이프의 연주를 들어볼 수가 있었다.


(시간 동안 먹고 있는 중..)


8시반에 우리 부부는 다시 한번 더 잠을 청해 보았다..


Zzz......



9시반, 와이프가 이마트에 가서 세일할 때 오꼬노미야끼를 하나 더 사오자고 깨워서 10시 영업종료 전에 겨우 가서 구입을 해왔다.


집에 와 가벼운 음식들로 마지막 5차전을 치르고 12시에 둘다 아름답게 뻗어 버렸다.


'아.. 이렇게 어린이날 휴일 하루가 술과 함께 날아가 버리는구나..'


어디론가 나갔다가 들어와서 먹고 자고.. 또 어디론가 나갔다가 들어와서 먹고 자고.. 또......


자식이 없는 우리 부부의 흔한 휴일 풍경이다.



어린이날 잘 보내셨나요?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이라면 애들 케어하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또한 우리 세대가 어릴 적에 어린이날을 잘 보내게 해주기 위해 고생 많으셨을 우리 부모님 세대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해 드립니다~


(But, 때의 애들이 너무 커서 올해로 마흔일곱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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